SPC그룹 ‘노사갈등’ 수습 국면···형사적 부담은 가중

SPC 관계사 ‘부노행위 결정 반발’ 행정소송 취하···“노사 십 수건 취하 합의” 노동부, 노조법 위반 검찰 송치···총수일가 배임·공정거래법 위반 의혹도 수사

2022-11-09     주재한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SPC그룹 계열사 파리바게뜨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등의 인력을 공급하는 법인 피비파트너즈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단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지난 3일 노사가 상생을 약속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고소, 고발, 진정 등을 취하하기로 협의한 뒤 이뤄진 후속조처다.

노사갈등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부노행위에 대한 검찰 처분과 총수 일가의 배임 의혹,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 형사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는 최근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취하서를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중노위도 전날 소 취하 동의서를 제출했고, 사건은 자동 종결됐다.

이번 소송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다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것을 중노위가 일부 인용 결정하자 회사가 반발해 제기한 건이다. 피비파트너즈에는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조합원 수 약 500명)와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조합원 수 약 3700명) 2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중노위는 ▲사용자에 해당하는 서울지역 제조장들이 신규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섭대표노조의 팸플릿을 배부하며 가입을 유도한 행위 ▲육아휴직중인 화섬노조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행위가 각각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화섬노조 측은 ▲회사가 단체협약 제5조(유니온숍 조항)에 노동조합법 단서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행위 ▲사용자인 제조장 중 한 명이 화섬노조 조합원을 근무시간에 찾아가 노조활동 내용으로 면담한 행위 등 역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섬노조 측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는 부당노동행위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사협의 과정에서 부노행위를 인정하며 사과했다”며 “앞으로 부노행위자를 인사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와 노조는 십수 건에 달하는 고소, 고발, 진정 등을 취하하기로 했고, 이번 소 취하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며 “소 취하와는 별개로 부노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실제 검찰은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황재복 피비파트너즈 대표이사와 임직원 등 28명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노동사건 전담부서인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에 사건을 배당했다. SPC그룹 법인소재지가 중앙지검 관할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만큼 사건 수사를 용이하기 위해 사건을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용부 성남지청은 지난해 5월 화섬노조 측으로부터 피비파트너즈의 노조파괴행위를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이 회사 임직원 9명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를 받아 지난달 황 대표와 전·현직 임원 4명, 사업부장 6명, 중간관리자 17명을 재차 검찰에 넘겼다.

SPC그룹을 향한 검찰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전날 SPC그룹 경영진의 배임 혐의 등과 관련해 SPC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SPC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SPC삼립을 부당 지원해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수사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0년 SPC그룹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허영인 그룹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한 건이다. 압수수색 장소에는 허 회장의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황 대표이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조만간 허 회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SPC그룹은 최근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로 여론도 악회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