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뚜렷해진 IPO···연이은 상장 철회 속 흥행 사례도
기관 수요예측 저조에 밀리의서재·제이오 등 상장 철회 비슷한 시기 티쓰리엔터테인먼트·티에프이 등은 흥행에 성공 투자자 보수적으로 변해 옥석가리기 나선 결과로 풀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상장 철회를 공시한 기업이 연이어 나오는 한편, 수천 대 1의 경쟁률로 희망 공모가밴드 상단에 공모가를 결정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선별적으로 시장에 접근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독서플랫폼 기업 밀리의서재가 공모를 철회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4일과 7일 양일간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00대 1의 경쟁률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았다. 여기에 수요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밴드(2만1500~2만5000원) 하단 이하에 몰리면서 상장 철회로 이어졌다.
밀리의서재 측은 공시를 통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 주관사의 동의로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맞춰 다시 IPO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철회를 결정한 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제조기업 제이오도 전날 공모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제이오는 당초 기술 특례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일 종료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지 못했고 결국 공모를 철회하게 됐다.
증시 부진에 기관들의 투자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올 들어 공모철회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총 8곳의 기업이 IPO 과정에서 하차했다. 특히 올해 4분기 들어서 철회기업이 쏟아졌는데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서재, 제이오 등 4곳이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흥행에 성공하는 IPO들도 있어 단순히 시장 분위기 탓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달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17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 밴드(1500~1700원) 최상단인 1700원으로 확정지을 수 있었다. 당초 기대했던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 테스트 부품 업체 티에프이는 지난 3~4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129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총 1428곳의 기관이 참여했고, 이 중 1260곳이 희망 공모가 밴드(9000~1만500원) 상단 이상에서 가격을 써내면서 공모가도 1만500원으로 확정 짓게 됐다. 이밖에 에듀테크 기업 유비온도 이달 초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736.72대 1의 경쟁률로 흥행했고 공모가를 희망밴드(1800~2000원) 최상단인 2000원으로 확정했다.
미래 성장성이 아닌 실적 가시성이 이 같은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으로 미래 성장 프리미엄이 낮아졌고 당장의 실적 기록 가능성이 보수적으로 변한 기관 투자가들에게 더 중요해졌다”며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밀리의서재의 경우 지난해 14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야 10억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진 않다. 밀리의서재는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2047억원 수준이었다. 최대 6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대했던 제이오는 지난해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반대로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이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다. 티에프이는 지난해 연간 1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유비온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19억6900만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17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티에프이의 예상 시가총액은 각각 1115억원, 1195억원이며 유비온은 394억원으로 4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