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대출 역성장에도 ‘이상무’···“기업대출이 효자네”
은행권 가계대출 10개월 연속 내리막길 기업대출은 한달새 9조원 이상 증가 “대출금리 인상 및 기업대출 증가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출금리 상승과 함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감소에도 은행들은 올해 3분기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가계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인 점과 기업대출 자산의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월 말(695조830억원) 대비 1조4354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째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특히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가계대출 전반의 하락세를 견인했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23조6299억원으로 9월 말(125조5620억원)보다 1조9321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9월 말 508조3777억원에서 10월 말 509조1357억원으로 758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역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시중은행들은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조82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2361억원에서 15.5%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3분기 말 23조7695억원에서 1년 새 21.2% 늘어난 28조8052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감소에도 은행들이 29조원에 달하는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대출 자산이 늘어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가계대출 추이와는 반대로 기업대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10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전월 말(694조8997억원)보다 9조7710억원 증가했다. 8월과 9월 사이 증가폭이 7조4726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 새 증가폭이 2조원 이상 확대된 셈이다.
6월 이후부터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에 눈을 돌리면서 기업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인 점도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은 24.5%에 불과하다. 가계대출의 75.5%가 변동금리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6월 이후부터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신용채권과 국고채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운전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기에 회사채 시장까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은행 대출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계대출 채권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자산이 늘지 않더라도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 인상분이 반영돼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계대출 잔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감소세를 나타내더라도 이자수익 자체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