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새 내 작품이 NFT로”···게임까지 번진 저작권 분쟁

1심에서 개발사 손 들어준 재판부···작가 계약위반 주장 문체부-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 해법 담은 보고서 발간

2022-10-28     이하은 기자
NFT 활용처가 확대되면서 저작권 분쟁도 늘고 있다./이미지=셔터스톡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예술, 게임, 메타버스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면서 저작권 관련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 NFT 시장 규모는 248억달러(32조원)로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이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미비해 피해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게임 ‘열혈강호 글로벌’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소송 심문이 지난 27일 종결됐다. 앞서 ‘열혈강호’의 작가인 전극진·양재현 작가는 룽투코리아의 자회사인 타이곤모바일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7월 재판부가 기각 판결을 내리며 개발사 손을 들어줬으나, 작가 측에서 항고하며 2심 결과를 앞두고 있다.

◇ “계약에 포함했다” vs “안했다”···블록체인 활용 놓고 소송전

분쟁은 타이곤모바일이 ‘열혈강호’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작가는 지난해 5월 개발사와 열혈강호 모바일 게임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블록체인 사업권까지 포함한 건 아니란 논리다.

작가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이 아닌 P2E(Play to Earn)게임을 개발·판매하는 것은 계약에서 정한 저작물 이용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발사인 타이곤모바일이 가상화폐(타이곤 토큰)를 발행하면서 P2E게임을 홍보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로 봤다.

반면에 타이곤모바일은 원작자와 지난해 5월 재계약을 체결했던 당시 게임의 개발방식이나 수익창출방식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타이곤 토큰은 게임에서만 사용된 게 아니라 다른 게임에도 사용되는 독립된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저작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단 입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타이곤모바일이 작가의 권리를 침해했단 내용을 소명하는 자료가 없단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작가가 항소하면서 이 사건 재판부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게 됐다. 작가는 가처분신청 결정과 별개로 본안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룽투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열혈강호/ 사진=룽투코리아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결국 라이선스 문제다. 라이선스 내용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계약 내용을 봐야한다”며 “어느 범위까지 저작물을 활용한 것으로 볼지 계약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NFT를 만들 때 저작권이 되는 이미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일반적인 관점에서 저작법 논리를 따라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열혈강호 글로벌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해당 게임은 위믹스 플레이에 입점한 게임 중 ‘미르4’ 다음으로 인기를 얻었다.

◇ NFT 시장 커지는 만큼 저작권 논란은 지속 중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작품의 저작권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NFT는 메타버스, 게임,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면서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매기획사가 이중섭·김환기·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NFT로 발행해 경매를 진행하려다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무산된 게 대표적 사례다.
 
현재 NFT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업계 간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9개 협회는 “열혈강호 계약 당시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았던 ‘P2E 게임 서비스’는 저작권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저작권 침해, 도용, 표절 등은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메타버스 및 NFT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 대책을 마련하고자 민관 협의체를 출범해 제도개선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로 구성된 저작권 협의체는 메타버스·NFT 플랫폼과 저작권, NFT 발행 및 유통 과정에서 저작권 등 주제별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연구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막바지 단계로 오는 12월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재림 한국저작권위원회 책임연구원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NFT와 관련된 저작권 이슈 대부분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해 발행한 경우다. 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부재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NFT 및 메타버스 플랫폼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황 파악부터 저작권 분쟁 해결 방안까지 연구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