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업황 악화 속 판관비 증가세···깊어지는 수익성 고민

국내 주요 카드사 상반기 판관비 1조8050억원···전년比 6.3% 증가 엔데믹 전환 이후 마케팅 활발···판관비 증가 영향 미쳐 “판관비 증가로 수익성 부담···비용효율화 노력”

2022-10-28     김희진 기자
주요 카드사 판매 및 일반관리비 지출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압박과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 내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판매관리비(판관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 증가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판매관리비는 1조8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6989억원) 대비 6.3% 증가한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판관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 판관비는 18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70억원에서 16.1% 증가했다. 지난해 독자 결제망 구축을 선언한 이후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투입된 점과 최우식, 아이유 등 유명인을 모델로 활용하면서 광고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독자가맹점 구축 추진에 따른 인력, 비용 확대 및 빅모델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 진행에 따라 전년 대비 판관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하나카드 역시 지난해 3분기 1562억원에서 올해 3분기 1761억원으로 판관비가 12.7% 증가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상반기 실시했던 특별퇴직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판관비는 같은 기간 5073억원에서 5328억원으로 5% 증가했으며, 삼성카드는 지난해 3분기 4689억원에서 올해 3분기 4918억원으로 4.9% 늘었다. KB국민카드는 3분기 4223억원의 판관비를 지출하며 전년 동기(4085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판관비 지출이 증가한 배경에는 신사업 준비, 특별퇴직 실시 등 각사의 개별적인 이슈도 영향을 미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관련 마케팅이 활발해진 점도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쇼핑이나 여행·숙박 관련 마케팅 활동이 많이 줄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고 침체됐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소비 진작을 위한 각종 할인 이벤트가 활발해졌다”며 “결국 무이자 할부, 할인 등 마케팅 활동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판관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드채 금리 급등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판관비 지출까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고민이 가중되고 있단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AA+’ 등급 카드채 3년물 금리는 5.995%에 달하면서 6%에 육박했다. 카드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42%로 시작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이후 9월에는 5%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관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카드사들이 비용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