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법’ 구글 전략에 좌초 위기···올해가 데드라인
민주당, 당내 비공개 논의 일정 못 잡아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회가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글의 여론전으로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2024년 총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법안 논의 가능한 시점은 올해까지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망 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망 사용료법은 일정 규모 이상 트래픽이 발생하는 CP가 정당한 망 이용계약 체결 또는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것으로, 현재 국회에 관련 법 7건이 계류 중이다. 글로벌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이 급증함에 따라 네트워크와 설비 투자비가 늘어난 통신업계가 재정적 부담을 토로한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국내 기준 각각 27.1%와 7.2%의 망 사용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그 대상이다.
당초 민주당은 망 사용료법을 이재명 당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자 민주당 ‘22대 민생 입법과제’에 포함하는 등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었다. 다만 구글이 유튜버를 동원한 입법 반대 운동을 벌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망 사용료법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당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갈린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달 12일 이재명 당대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 김병욱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등이 비공개회의를 열어 망 사용료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끝냈다.
지난 17일 2차 회의 일정이 잡혔지만 주말 사이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아직까지 정확한 회의 일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2차 공청회를 제안했지만, 아직 국민의힘에서 응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공청회를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당내 의견 정리가 중요하다 본다. (당내 회의가) 카카오 사태 때문에 미뤄졌는데, 다시 추후 일정 잡자고 하고 아직 얘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24일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국내 통신3사에 낸 망 사용료가 다른 나라들에 지불한 사용료를 합친 것보다 많단 주장을 펼치며 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과방위 관계자는 “첫 공청회보다 낫겠지만 사실 공청회 때 나올 수 있는 말은 뻔하다. 공청회에 앞서 당내 의견을 정리해야 한다. 공청회보단 소위에서 바로 논의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망 사용료법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단 게 국회 안팎의 전망이다. 내년 오는 ‘2024년 총선’ 대응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이견이 큰 법안에 대한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법안 논의가 멈출 경우, 여론전을 통한 입법 지연이란 구글의 전략이 먹히는 셈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망 사용료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넷플릭스는 2020년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단 것을 확인해달라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넷플릭스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심 결과는 이르면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초까지 망 사용료법 심사가 안 되더라도, 2심 결과가 1심과 동일하게 나오면 법안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그러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내부 정리가 돼야 드라이브를 걸든 말든 할 텐데, 아직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