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차·금호타이어’···해외는 빗장 걸리고 국내는 직고용·통상임금 쇼크

대법원, 현대차·기아 하청 노동자 직고용 및 107억원 지급 판결···경제계 “기업 경쟁력·일자리 창출 부정적 영향 우려” 현대차, 美 IRA 따라 현지 생산 강화해야···국내 생산 경쟁력 갈수록 약화 금호타이어, 2000억원대 통상임금 부담 커져···美 반덤핑 조치까지

2022-10-28     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금호타이어가 미국 등 해외 각국의 현지 생산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통상임금, 하청 직고용 등으로 인력 운용 악재가 겹치고 있다.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금호타이어가 국내 생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부담스러워 지고 있다. 해외에선 자국 산업 보호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현지 생산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노동조합 파업, 통상임금 소송 및 사내 하청 직접고용 문제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현대차·기아 사내하청 근로자 430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정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들이 직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에 따라 각 해당 사업장에 맞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0년부터 ‘사내하도급 특별협의’를 통해 사내 하도급 직원을 특별채용해 온 만큼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는 무리한 판결이 계속될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노사 갈등과 고임금체제로 인해 이미 국내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고임금·저효율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공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미국 현지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갈수록 국내 생산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IRA로 인해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국내 생산을 줄이고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IRA 시행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급성장했으나, IRA 시행 직후인 지난 9월 아이오닉5 판매량은 1306대, EV6는 1440대로 전월대비 각각 14%, 22% 감소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 주에서 전기자 전용 공장 기공식을 진행하며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이곳에선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

◇ 금호타이어, 2000억원 통상임금 지불 시 파산 위기 우려도

금호타이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금호타이어는 다음 달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최대 2000억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금호타이어 순손실은 35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6월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49억원 밖에 되지 않는 데다, 내년 말까지 약 1조원의 부채 만기가 도래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파산 위기까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앞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정기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 수당 지급해왔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 2심에선 회사의 신의성실 원칙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이 추가 법정 수당 지급으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해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 12일 호소문을 통해 “회사의 어려운 경영 사정을 감안한 법원의 선처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내달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에 따라 회사는 2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돼 워크아웃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고용 인력이 1만명이 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데, 통상 임금 재산정이 현실화되면 5만6000여명에 달하는 직간접 인력과 가족,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낼 여력이 없다”며 “광주공장 매각·이전을 통한 차익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을 매각·이전한 후 빛그린산단에 신공장을 지으려고 했으나, 부지 용도변경 문제로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신공장을 짓기 위해선 부지 용도를 변경하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광주시는 용도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지 용도 변경을 위해선 현재 광주 공장을 비우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유 자금이 없는 금호타이어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해외에서도 반덤핑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생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부무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금호타이어 제품에 대해 21.74% 반덤핑을 산정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주 공장 및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 반덤핑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도 노조가 반발하며 파업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