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KT 수준 재난대책 의무 부과”···먹통사태에 법 개정 탄력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 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 포함 가능성↑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전국적인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 카카오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고 원인 분석 및 서비스 장애 복구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국회와 함께 그간 통신사나 금융기관과 달리 장애대응 규제 사각지대였던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설 점검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긴급 현황 보고를 하며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 장관은 “카카오 등 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린 점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큰 유감”이라며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부가통신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민께서 큰 불편을 겪으셨다. 주무장관으로서 국민에게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거듭 사과했다.
◇ 정부,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 방지위해 관련법 정비 필요성 강조
이 장관이 강조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은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법적 지위와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개선 및 보완을 추진한단 방침이다.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법적 근거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규정돼 있다. 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 방송사업자 등이다.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재난 상황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책임을 지우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것이다.
이에 국회는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사고 당시에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박선숙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 사업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하고, 재난 대비 항목에도 ‘주요 데이터 보호’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당시 과방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과도한 이중규제’란 인터넷 기업들의 반발이 먹힌 것이다.
◇ 여야, 부가통신사업자 재난대비책 마련 의무 부과 추진
그러나 이번 먹통 사태로 관련 법 개정이 다시 탄력을 받는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여야 모두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재난 대응 또는 시설 관리와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법을 정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여야가 독과점 방지와 실효성 있는 안전책을 위해 합의해서 좋은 안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과방위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안엔 주요 인터넷 서비스 기업(부가통신사업자)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민간 데이터센터를 재난안전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방송통신사업자의 범주에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하고,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에 대한 물리적, 기술적 보호조치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처럼 법 개정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개정안은 별다른 이견 없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냐. 당시엔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중복 규제하는 것은 과하지 않냐는 주장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사고도 났고 현행 제도로 사고 예방이 어려울뿐더러, 수습도 잘 안 되고 있다 보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오는 20일 박윤규 제2차관 주재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민간 IDC 사업자들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설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비상대비 조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