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안전진단 통과 단지 등장에···목동·노원 재건축 ‘들썩’
불광 미성, 재도전 끝에 적정성 검토 통과 “정부 출범 초기 신중론···시장 안정화 조짐에 기조 변화” 연내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 계획···관련 용역 착수 재건축 사업 초기 노후 단지들 수혜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안전진단 최종 문턱을 넘은 단지가 등장하면서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신중론을 펼쳤던 정부의 기조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안전진단에 발목을 잡혔던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노후 단지들에서도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의 최종 문턱을 넘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국토안정관리원이 진행한 적정성 검토에서 D등급을 받아 최종 통과했다. 불광미성은 10개 동, 1340가구 규모로 1998년 10월 준공돼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훌쩍 넘겼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통상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1차 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2차 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3단계로 이뤄진다. 안전진단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1차 안전진단에서 E등급(30점 미만)을 받으면 즉각 재건축이 확정되나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30~55점)이 나오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최종 통과 여부를 가린다.
불광 미성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건 2년 전 적정성 검토에서 미끄러진 이후 2년 만이다. 2019년 10월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54.8점)을 받고 통과했지만 2020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 사업이 좌절됐다. 불광 미성은 지난해 3월 1차 안전진단에 재도전해 D등급로 통과하며 재도선에 나섰다. 1·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할 경우 다시 예비안전진단 절차부터 시작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번 결과를 두고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연말까지 안전진단의 평가 항목 가운데 재건축 단지들의 발목을 잡았던 구조안정성 비중을 30~40%로 하향 조정하고 지자체 요청 시에만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실시하는 등 지자체 재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범 초기만 해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규제 완화 신중론을 펼쳤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다시 안전진단 기준 손질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 전이지만 적정성 검토 주체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만큼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지난달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 관련 긴급 용역을 발주했다.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12월까지 해당 용역 결과를 반영해 최종 방안을 수립한단 방침이다.
완화안이 실제로 시행되기도 전에 재도전을 통해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가 나오면서 다른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대표 단지인 목동신시가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곳은 1985~1988년 입주해 14개 단지, 2만6629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현재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한 단지는 6단지가 유일하다. 9∙11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머지 11개 단지(1~8∙10∙12∙13∙14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적정성 검토를 미루고 있다.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이 많은 노원구에서도 안전진단 신청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노원구의 경우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지은지 30년이 지난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42개 단지, 6만5000여가구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이밖에 구로구 동부그림,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광진구 광장극동 아파트 등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노후 단지들 역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주택의 공급과 정비사업 등을 차단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승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공급정책이 시장안정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자 정부의 기조도 점차 완화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진단 완화로 인해 서울 목동과 상계·여의도 등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