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테슬라도 ‘로봇’ 출사표···패권 다툼 막 올린다
테슬라, AI데이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공개···머스크 CEO “가격 2만달러 책정 방침” 현대차, 파쿠르 가능한 아틀라스 및 4족보행·물류 로봇 등 선보여 2025년 글로벌 로봇 시장 253조원 규모 확대 전망···미래 먹거리 확보 위해 전사적 역량 집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에 이어 로봇 산업에서도 기술 경쟁에 나선다. 양 사는 자동차 뿐 아니라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AI 데이 2022’를 열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개했다.
이날 공개한 테슬라 로봇 이름은 ‘옵티머스’로 무대를 걸어나와 관객석에 손을 흔들고, 양팔을 하늘로 쭉 뻗어 흔드는 모습을 연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로봇은 지금 우리가 보여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라며 “무대에서 넘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최소한의 움직임만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옵티머스가 무릎을 굽혀 택배 상자를 들고 주인에게 전해주거나, 손가락을 구부려 물 뿌리개를 잡고 화분에 물을 주는 장면을 소개했다. 또한 손가락의 힘으로 물건을 들어 옮기는 모습도 등장했다. 테슬라 측은 “옵티머스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들어가 새로운 로봇 플랫폼에 의해 재훈련된다”고 밝혔다. 로봇이 정해진 패턴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사물을 판단해 상황에 맞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로봇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양산화를 위해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로봇 가격은 2만달러(약 2800만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며 “향후 3~5년 내 로봇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안드로이드 로봇 가격이 테슬라 전기차 가격보다 낮은 셈이다. 현재 국내 테슬라 모델Y 가격은 롱레인지 기준 9664만원이다.
테슬라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도 로봇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물류·제조·건축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신규 수익 창출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테슬라보다 한발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바 있다. 아틀라스는 인간처럼 걷고 뛰는 것은 물론 춤을 추고, 공중제비를 도는 영상이 공개됐다. 주변 지형이나 사물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파쿠르’도 선보였다.
또 현대차는 아틀라스와 함께 4족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 등도 공개했다. 스팟은 로봇개 모습으로 계단이나 각종 장애물을 건너갈 수 있으며, 현대차는 향후 경비 업무 등에 스팟을 투입할 계획이다. 스팟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2022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미래 전략을 소개할 때 함께 등장했으며, 지난 4월 안철수 의원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안 의원을 에스코트 하기도 했다.
스트레치는 창고 자동화를 위해 개발된 모델로 트럭이나 컨테이너에서 짐을 내리는 작업이 가능하며, 향후 팔레트나 주문제작과 같은 다른 작업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가 로봇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44억달러(약 63조41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 성장률을 기록해 오는 2025년 1772억달러(약 253조원) 규모로 4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