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화학, 국산화 성과에 주가 ‘들썩’···소부장 테마 다시 뜰까
국산화한 파우치형 배터리 필름으로 1조4800억원대 수주 공시 지난 6월 이후 두 배 올라···공시 이후 차익 실현 매물로 주가는 하락 국산화 관련 소부장 언젠가 재조명···증시 부진 기회 삼아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3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에 뜨거웠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테마가 다시금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차산업 혁명 속에 소부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일부 상장사에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실적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인 율촌화학은 전날 1조4871억원 규모의 2차전지 제조용 파우치형 배터리 필름 수주 공시를 냈다. 이는 율촌화학이 지난해 연간 기록한 5387억원 매출 대비 27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약 상대방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이며 계약 기간은 내년부터 2028년 말까지다.
이 같은 공시가 나오면서 율촌화학의 주가는 요동쳤다. 율촌화학 주가는 전날 장중 15.34% 올랐다가 -22.24%로 마감했다. 대형 호재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다. 율촌화학은 지난 6월 20일 1만7050원에서 공시가 나오기 전날인 이달 27일 3만8450원까지 두 배 넘게 오른 상황이었다.
율촌화학의 전날 공시에 소부장 국산화 이슈가 다시금 환기되는 모습이다. 율촌화학은 3년 전만 하더라도 배터리 필름을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율촌화학은 최대주주인 농심의 대표 제품 포장재를 제조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일본 제품에 의존적이었던 배터리 필름 R&D(연구개발)에 나섰고 이번에 대형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소부장 국산화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와 맞물리며 증시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테마였다. 당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필수 소재의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국내 소부장을 키우자는 여론이 확산됐고 정부가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IPO(기업공개) 시장에선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당시 소부장 테마는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높은 투자처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최근에 실적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옥석가리기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사업화를 지원한 ‘100대 핵심 전략 품목’(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분야의 필수적인 소재 부품) 과제 173건 중 실제 매출이 발생한 품목은 25개였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소부장 테마를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들어 국산화를 주제로 한 기업 분석 보고서만 20여 차례 나왔다. 반도체에서부터 디스플레이, 5G, 로봇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국산화 이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해당 기업의 가치와 주가를 높일 핵심 호재로 평가한 것이다.
첨단산업에서 소부장이 중요한 만큼 관련 테마가 앞으로 더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산업 곳곳에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를 맞으면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거나 국산화에 성공하는 소부장이 주목받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 탓에 기술·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돼 있지만 되레 이러한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