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대아울렛, 유통업계 ‘중대재해처벌법’ 첫 사례되나
고용부 “사고 원인부터 수사 내용 종합해 판단” 현대아울렛 화재 원인 파악 어려워···단시간 내 확인 어려울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택배·청소·방재 업무 관련 근로자들로, 정부는 합동감식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조사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이 이번 참사로 유통 첫 중대재해처벌법 사례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7시45분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택배·청소·방재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로, 개장 전이라 외부 손님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2020년 6월 대덕테크노밸리 내 판매시설과 숙박 및 컨벤션 시설 등 2개 동으로 지어진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이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판매동 지하 1층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당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찾아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사고의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고 향후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백화점은 규모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내 설치된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스프링클러 또한 제때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화재 초기진압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통해 고압으로 쏟아져 나와야 할 소방용수가 나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일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백화점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고용부는 대전고용노동청장을 비롯한 대전고용노동청 광역산재과장, 산재예방과장, 근로감독관,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을 즉시 현장에 보내 사고 원인 파악에 돌입했다. 산업안전보건본부에는 중앙산업재해 수습 본부, 대전고용노동청에는 지역 산업재해 수습 본부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고용부는 합동감식 결과와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해 현대백화점그룹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지 판단할 방침이다.
만약 이번에 현대백화점그룹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되면, 유통업계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화재가 발생하게 된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해야 산업재해로 볼 수 있는지 판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가 작업 환경이나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산업재해와 무관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고용부 관계자는 “먼저 현장 감식으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중대재해법 위반 사안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경영책임자의 안전 보건관리 조치 위반 여부, 사고의 인과관계 등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을 비롯한 감사팀은 현장 잔해물 분석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초 화재 원인으로 의심됐던 1t 트럭은 전소해 뼈대만 남은 상황이고, 현장에서 담배꽁초와 같은 단서도 거의 발견되지 않아서다. 또 잔해물 분석에만 10일 이상이 필요해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화재원인 규명, 향후 대책 강구 등 사고 수습을 철저하게 진행하겠다”며 “대형건물, 다중이용시설 사고 시 대형인명사고를 대비해 소방안전 재점검 및 건축 단계부터 안전 담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