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F2022] “AI 활용한 스마트 고로, 생산성 높이고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까지”
이덕만 포스코 엔터프라이즈 AI 연구센터장, 철강 제조업에 활용되는 AI 사례 소개···“AI 적용으로 설비사고 예방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며 살아남는 결단을 해야 하는 현 상황을 잘 대변한 말이라고 본다.”
이덕만 포스코홀딩스 AI연구소 엔터프라이즈 AI연구 센터장은 23일 시사저널이코노미 주최로 열린 제8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2022)에서 철강업 분야에서는 AI(인공지능)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덕만 센터장은 제철업이 당면한 네 가지 과제로 ▲과잉생산에 따른 철강사 간 경쟁 심화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따른 환경비용 증가 ▲근로자의 사망재해 ▲고숙련자들의 퇴직에도 견딜 수 있는 노하우 유지발전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마트 기술을 내놓았다.
이 센터장은 “지능형 제철소를 만든다는 목표에 맞게 스마트 센싱 기술 개발, 스마트 분석기술 개발, 조업과 설비를 고숙련자 수준으로 제어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제철업에서는 AI 기술로만 전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사람이 하기 힘든 4D(따분하고,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현재 주문을 받아 생산을 하고 창고에 입고시킨 후 고객사에 조달하기까지 부분에 걸쳐 AI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560개의 모델이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처럼 AI 모델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지능형 제철소에 가까운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포스코의 스마트 기술 개발 사례 중 하나인 스마트 고로(석탄과 철광석을 이용해 쇳물을 만드는 설비)도 소개했다. 스마트 고로는 연원료에 대한 품질, 풍량, 코크스 사용비 등에 대한 정량화된 데이터 생성을 통한 AI 예측으로 고로 운전을 자동화한다.
이전에는 원료, 운전, 설비 등에 대해 운전자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해 대형의 고로를 운전했고 이에 따른 조업의 편차도 컸다. 스마트 고로로 인해 이와 같은 단점이 개선됐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고로 개발의 성공 배경으로 협업을 꼽았다. 이 센터장은 “앙상블 워크가 열심히 했던 동인이 된게 아닌가 싶다. AI 기술을 적용하려던 2016년을 돌이켜보면 인프라가 정말 없었다. 이에 대학교는 AI 알고리즘 개발을, 중소기업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스코는 도메인 지식 제공과 현장 테스트를 담당하는 분업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고로는 5%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1% 비용을 절감하며, 1% 이산화탄소까지 줄일 수 있었다”면서 “현재는 이러한 기술들을 다른 고로와 파이넥스 3개 공장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치상으로 잘 와닿지 않지만, 이는 중형자동차 8만5000대 분의 효과를 이뤄낸 수준이라고 이 센터장은 덧붙였다.
포스코는 안전 분야에서도 스마트 기술을 개발·적용해오고 있는데, ‘스마트 세이프티 볼’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이프티 볼은 밀폐공간의 유해 가스 존재 여부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게 한 도구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기 간편하면서 산소, 일산화탄소, 황화수소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밀폐공간의 가스를 확인하기 위해 펌프식, 착용식 등의 센서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복잡하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AI를 도금제어에도 적용했다. AI 도금제어 기술은 자동차 강판 생산의 핵심기술인 용융아연도금을 인공지능을 통해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센서를 이용해 제어했기 때문에 두께나 품질이 일정하지 못했고, 실제 필요한 것 보다 과도금 됨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이제는 AI가 조업자를 대신해 도금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최적 도금두께를 제어함에 따라 두께 편차의 65%, 과도금의 50%를 줄이는 획기적인 결과를 내놓게 됐다.
이 센터장은 “특히 이 시스템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발자가 공장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모든 품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여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도금공장에서도 과도금이 최대 85%까지 줄어들어 비용절감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한편 포스코는 스마트 예방정비 시스템 PIMS (POSCO Intelligent Maintenance System)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PIMS란 설비 센서나 공정제어 과정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설비 상태 감시 및 고장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사전에 정비를 유도함으로써 설비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이 개발되기 전에는 주기적인 현장 방문 점검, 부품 교체 주기 수기 관리, 사후 분석 및 정비가 주된 일과였다. 그러나 이제는 PIMS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각 부품이 언제쯤 교체돼야 할지 주기를 자동으로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설비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센터장은 “회사는 올해 초 포스코홀딩스 체제 출범과 함께 2030년까지 기업 가치를 3배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희 연구원은 그린 인텔리전스라는 비전을 가지고 그룹 내 철강제품 생산, 2차전지 연구, 건설 인프라 지원 협조 등에서 도움이 되도록 육성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