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코로나-下] 코로나 종식보다 더 큰 변수들로 고민인 삼성전자·현대차
거리두기 자체보다 경기 침체 따른 수요 감소에 먹구름 낀 반도체 엔데믹으로 수요 늘 것이라는 완성차도 반도체 수급 문제 및 IRA가 걸림돌···반도체난 해결 되도 불황 속 수요 이어질지 미지수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호재 및 악재가 있을 것으로 거론되면서도 불경기 등 그보다 다른 큰 변수들로 고심하는 업종도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는 일부 업종에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미 상당수 국가가 거리두기를 대부분 해제하며 기업들이 적응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한 글로벌 대기업 인사는 “이미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해외에선 거리두기가 사라졌고, 이에 따라 점차 환경이 변화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제한적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미 다른 대형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이를 체감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반도체 업계에겐 더없는 호재가 됐다. 실내 활동과 더불어 데이터 및 IT제품 사용량 증가로 자연스레 수요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은 올라갔고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늘면 한창 팬데믹 때보다 수요가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반도체 업계는 거리두기 외 다른 변수들의 영향도 받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반도체 업계는 수요 이상으로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세계경기 둔화, 금리인상 등이 겹치고 있는데 여기에 재고 평가손실이 반영되게 되면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계 상황은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처인 세트 업체들도 재고가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 PC 판매가 늘었는데, 최근 스마트폰이나 서버 등은 가격이 떨어진다고 메모리를 더 소비하는 것이 아니어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 여기에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이상 인상하는 것)과 세계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 등으로 좀처럼 재고를 털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엔데믹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 관계자도 “거리두기가 풀려도 경기침체로 소비력이 회복되지 않아 완전히 과거처럼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변화보다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경기침체 여파가 업계의 더 큰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많아져 수혜를 볼 것이라던 완성차 업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업계 인사는 “완성차업계는 현재 거리두기로 인한 수요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차질 없이 반도체를 구해 차를 생산해낼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1.6% 증가한 33만4794대를 판매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일부 해소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지만, 내년에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설사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자동차 업계 역시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센터장은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결되서 수급문제가 해결된다기보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서 반도체 공급 부족과 맞아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라는 대형 변수까지 겹친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미국의 자국산 전기차 우대 세액공제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따라 현대차 전기차 전략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