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IB사업 ‘돌격 앞으로’···계속되는 조직 확장

올해 'IB관리유닛' 조직 추가···2020년엔 '3본부' 체제로 대거 확장 IB, 빅테크 공습 속 대형은행 생존 보장해줄 산업

2022-09-21     유길연 기자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본점 전경 / 사진=KB국민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지난 2020년에 이어 올해도 투자금융(IB) 부문의 조직을 확대하는 등 IB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거센 도전 속에서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에 IB관리유닛(Unit) 조직을 신설했다. IB관리유닛은 미들오피스와 백오피스의 역할을 맡는다. 일선 영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조직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몇 년 간 IB조직을 계속 확장했다. 2016년엔 IB사업본부에 인프라금융부를 신설해 1본부 3부(투자금융부, 인프라금융부, 구조화금융부)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2018년엔 각 부서가 복수 부서로 확대됐고, 2020년엔 투자금융·인프라금융·구조화금융부가 각각 본부로 격상되고 각 본부 아래 세 개의 부서가 운영되도록 크게 확장됐다. 그러다 올해 IB관리유닛 조직을 추가해 ‘3본부 8부 1유닛’ 체제가 구축됐다. 

시중은행 가운데 관리·지원 조직이 따로 분리돼 운영되는 곳은 국민·신한은행 두 곳 정도다. 국민·신한은행 모두 IB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하다보니 하위 조직을 더 체계화한 것이다. 신한은 그룹 차원에서 IB사업에 역량을 쏟는다.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등 계열사 협업 체계인 ‘글로벌투자금융(GIB)’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속한 KB금융그룹도 IB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판단하고 계열사 협업 조직인 기업투자금융(CIB)을 가동 중이다. 

IB사업의 경우 영업을 통해 따온 거래 건이 최종 승인날 때까지의 업무는 프론트 오피스가 담당한다. 미들 오피스의 경우 리스크관리를 맡는다. 국가별·산업별·사업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분석 및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 프론트 오피스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 백 오피스는 관련 사무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IB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조직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프론트 오피스 직원들이 관리 업무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자료=KB국민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민은행의 IB사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인수금융 부문에서 전통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대형증권사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성적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작년 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 세계 3대 사모펀드에 각각 200억~3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투자도 진행했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IB부문이 소유한 투·융자 자산이 19조6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최근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은 IB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사업은 대형 시중은행이 디지털화의 파고 속에서 미래 생존을 보장해줄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IB는 전문 인력의 지식과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빅테크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접근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다.  

국민은행의 IB 사업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핵심 기반 중 하나는 높은 자본비율이 꼽힌다. 국민은행의 올해 6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4.47%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B사업은 주식·펀드 투자, 부동산·인프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 사업을 확대하려면 그만큼 자본 여력이 커야한다.    

특히 부동산PF 대출의 경우 최근 시장이 부진할 때 국민은행처럼 자본 여력이 큰 금융사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침체돼도 부동산 개발 사업은 진행된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 금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업장을 골라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단 설명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중은행 두 곳과 지방은행 두 곳은 부동산PF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서울에서 진행되고 대형 건설사가 연대 보증을 해주는 사업장 등 안전한 건의 경우에 한해선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사업이 크게 성장하자 각 부서별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올해 IB관리유닛이 새로 설립됐다”라며 “KB금융그룹의 미래 핵심 산업 중 하나가 IB인 만큼 국민은행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