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무대 넓혀라’···각양각색 증권사 CEO 해외 출장 행보 ‘눈길’
코로나19 엔데믹 국면 맞아 증권사 수장 출장길 연이어 업황 악화 속 해외 시장 중요도 커진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업계의 업황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연이어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해외 법인에 힘을 실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까지 CEO 마다 출장지가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출장에 나서는 CEO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탓에 해외 출장에 나서지 못했던 지난 1~2년과는 상황이 달라진 데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해외 시장의 중요도가 커진 데 따른 행보다. 특히 국내 투자자의 투자 영역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움직이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CEO로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꼽힌다. 정 대표는 내주 미국 뉴욕 출장길에 오른다. 정 대표의 뉴욕행은 선진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정 대표는 전날 한양대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정보와 돈이 모이는 곳에 기회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도 선진 시장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뉴욕 출장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월 미국 IB(투자 은행) 전담 법인(Korea Investment& Securities US, Inc.)을 설립하면서 선진국 IB 시장 공략에 닻을 올렸다. 같은 해 8월에는 해당 법인에 2억5000만달러(약 2853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덩치를 키우기도 했다. 다만 실적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의 미국 법인은 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앞선 7월에도 베트남 출장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정 대표의 올해 해외 첫 출장지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중요도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정 대표는 베트남의 주요 기업과 기관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KIS베트남’(KIS Vietnam Securities Corporation)을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다른 증권사 CEO 역시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4월 영국 런던 현지 법인의 출범식에 직접 참석했다. 이는 그만큼 런던 법인이 NH투자증권에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일찍이 2015년 런던사무소를 시작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이후 카덴트가스(Cadent Gas)와 스페인 축구단 대출을 비롯해 런던 개트윅 공항 등 유럽 현지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 등을 발굴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4월 초 영국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증권업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NH투자증권은 런던 법인을 통해 유럽과 북미 지역 IB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지난 6월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지난 2월 자회사로 편입한 인도네시아 KB밸버리증권의 출범식에 참여하고 현지 증권거래소 등을 방문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김 대표의 인도네시아 출장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역량 강화와 현지 시장 공략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KB증권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먹거리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김 대표는 해외 사업을 주도하는 글로벌사업본부를 직속 조직으로 두면서 이들 법인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섰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지역으로 KB금융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며 현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증권사 CEO들의 해외 행보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 있어 해외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는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며 “선진국의 경우 투자 발굴(딜 소싱)을 위한 전초기지로, 신흥국의 경우엔 현지 리테일 시장 공략 위주로 전략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