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도 가로주택 바람, 소규모 정비사업 활기

추진 절차 간편해 사업 속도 빨라 정부 금융∙세제 지원에 관심 높아져 난개발 우려도···“기반시설 부족할 수도”

2022-09-17     길해성 기자
최근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진 절차가 간편해 사업 속도가 빠르고 정부가 금융∙세제 지원을 예고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가로주택정비사업·소규모 재건축 등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추진 절차가 간편하고 사업 속도가 빨라서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각종 금융∙세제 지원에 나섰다는 점도 관심이 높아진 요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소재 ‘방배대우’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있다. 방배대우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사당역 사이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95가구)다. 1992년 준공돼 올해 30년차가 됐다. 이 아파트는 아직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택할 시엔 추진위를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강남구 대치동에선 대치선경3차가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을 가로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 바로 옆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다. 2014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으나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성이 높아졌다. 단지는 지하 7층~지상 18층, 68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으로 탈바꿈 한다. 단지는 가로주택사업 최초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적용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로 ‘미니 재건축’으로도 불린다. 기존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구역)을 유지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2만㎡ 이내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생략돼 사업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일반 재건축 사업이 평균 9.7년 소요되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약 3~4년 가량 소요된다. 아울러 재개발로 분류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 받지 않는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포함한 소규모 정비사업은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소규모 주택사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포함됐다. 가용지가 부족한 도심에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에 장려하며, 현재 단일 공동주택 단지에서만 추진 가능한 소규모 재건축을 연접 복수단지에도 허용하여 개발밀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정부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각종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소규모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취득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검토한다. 현재는 소규모 정비사업 관련 조합원이 일반 재개발에 적용되는 신축주택 취득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개선해 1가구 1주택 소규모 정비사업 관련 조합원에게도 지방세 감면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행정 절차 간소화 작업에 착수한다.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소규모 재건축으로 전환하는 등 소규모 정비사업 간 유형을 변경하려면 기존 조합을 해산하고 주민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조합 해산 없이 주민총회 의결로 소규모 정비사업 유형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내년 상반기엔 소규모 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규모 재건축의 통합 개발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소규모 재건축은 단일 공동주택 단지에서만 추진할 수 있어 부지가 협소한 경우 효율적인 건물 배치나 사업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는 연접 복수단지의 합이 1만㎡ 미만이고 200가구에 이르지 않으면 통합 개발을 허용할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면서 사업지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서울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120여곳에 이른다. 강남3구에서도 30여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보다 아파트 공급시기는 빠르겠지만 기반시설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나홀로 단지들이 규제가 덜하고, 속도가 빠른 소규모 정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이미 너무 과밀된 곳이 많은 만큼 무조건 빠르게만 지을 경우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