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좋은데···삼성생명, 부동산PF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난해 PF대출 6조원 넘겨···5년 연속 증가 올해도 공격적인 가이드라인 정한 것으로 관측 최근 실적 감소 만회하기 위한 정책으로 해석

2022-09-16     유길연 기자
서울 강남 삼성생명 본사 / 사진=삼성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타 보험사들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은 부동산PF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최근 실적 감소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PF대출 등 대체투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6조4846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3% 늘었다. 작년 보험업계 전체 PF대출 규모의 15.3%를 차지하는 규모다. 보험업계에서 PF 대출이 6조원을 넘긴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의 PF대출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증가세다.

부동산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담보로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 사업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이 나가 수익성이 높지만 대출의 담보가 적거나 없기에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면 손실 규모가 급격히 불어날 위험이 있다.   

삼성생명은 부동산PF 뿐만 아니라 펀드, 주식 등 위험자산을 계속 늘렸다. 그 결과 전체 자산에서 현금 및 예치금, 국공채, 보험약관대출 등 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업계 평균 밑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안전자산 비중은 47.6%로 업계 평균(49.3%) 대비 1.7%포인트 하회했다. 

이러한 자산운용 전략은 올해도 진행 중으로 파악된다. 삼성생명의 올해 부동산PF 대출 전략은 다른 보험사 대비 공격적으로 정한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1군 시공사가 진행하는 서울, 수도권 소재 아파트 물건에 한정해 분양 전 사업장 등 미분양 위험이 존재하는 곳에도 대출 검토 가능 ▲선순위 금리 6.5~7.0%, 대출규모 500억~1500억원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PF대출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삼성생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타 보험사들은 PF대출 사업에 더 보수적으로 나선 것과 대조적이란 평가다. 같은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도 올해 초 분양 전 사업장에 대출을 내주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실제론 대출 대부분이 과거 기준에 따라 공공기관 보증 혹은 분양이 완료돼 분양 리스크가 줄어든 사업장에 나가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외에도 시중은행 두 곳, 지방은행 두 곳이 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현재 부동산 PF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악화되자 금융당국이 부동산PF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는 크게 악화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PF대출 규모가 전체 금융권의 절반에 달하기에 보험업계에 특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PF 대출 및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생명이 상대적으로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실적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개별기준)은 25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물론 작년 1분기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특별배당금(6470억원)을 고려하면 큰 감소폭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실적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별배당을 받은 지난 2021년에도 삼성생명의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8% 줄었다. 

삼성생명의 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이 꼽힌다. 2018년 4.0% 수준이었던 이익률은 2019년 3.5%로 하락한 뒤 2020년 2.9%까지 내려갔다. 2021년엔 3.1%로 소폭 끌어올렸지만 올 상반기 2.8%로 다시 내려갔다. 삼성생명은 수익률 개선을 위해 부동산PF 대출을 계속 늘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 2월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대체투자 자산 등 자산다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고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삼성생명이 가이드라인으로 잡은 PF대출 건은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 수도권에 지어지는 래미안, 자이 등 1군 시공사의 아파트에 대한 선순위 PF대출은 안전한 거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다른 대형 보험사들이 안전한 거래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실적 개선의 방법으로 PF대출을 택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사정이 좋지 않으면 대형 금융사의 경우 곳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업장에 높은 금리로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며 "수도권에 위치한 1급 시공사 아파트 건에 대출을 내주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부동산PF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업계에서 나오는 PF가이드라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성생명은 어떤 보험사보다도 보수적인 기준으로 PF대출을 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