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역성장' 이케아는 K-가구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이케아 韓진출 이후 첫 역성장 굴욕 추가 점포 출점도 계획보다 더뎌 일각에선 월마트 전철 밟을까 우려

2022-09-14     광명=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각각 한샘, 신세계까사, 현대리바트를 앞세워 가구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인기를 끈 이케아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이케아는 국내 진출 후 ‘체험형’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지만 최근 가구·인테리어 기업들이 모두 체험형에 주력하고 있어 이케아만의 차별성이 떨어졌다. 또 이케아는 시범 운영했던 서비스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신규 출점에도 차질이 생겨 이케아가 월마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이케아는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61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는 매출액 66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5032억원) 대비 31.2% 성장했다. 그러나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액은 6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 늘어나는데 그쳤고, 올해는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이케아 최근 매출 추이. / 자료=이케아,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최근 매출 추이.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실적 부진 이케아, 차별화된 전략 짜야

이케아 매출은 경쟁사와 비교해도 낮다. 2022회계연도 매출 기준 이케아는 한샘, 현대리바트에 이은 3위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케아 매출(6186억원)은 올 상반기 현대리바트 매출 7288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적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케아는 강점이던 ‘체험형’에서도 밀리는 모습이다. 그간 이케아는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 체험형을 자사 차별점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들어 경쟁 가구·인테리어 업체들이 이케아 쇼룸과 맞먹는 대형 체험형 매장을 선보여 이케아만의 차별성이 떨어졌다.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도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케아는 지난 2020년 4월 국내 첫 도심형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를 천호, 신도림에 열고 시범 운영했다. 플래닝 스튜디오는 제품 상담을 통해 견적을 받을 수 있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하다.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이케아는 지난 4월 해당 서비스를 접었다.

또 이케아는 새로운 배송 서비스 요금을 선보였지만 올해만 세 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다. 이케아는 서울·부산·인천·경기(일부 지역 제외) 지역 배송비를 2만9000원, 제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3만9000원으로 바꿨다. 당초 이케아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4만9000원의 배송비를, 온라인에서는 5만9000원의 배송비를 내야했다.

다만 이케아는 “원·부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급증”을 이유로 올해만 세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건자재·물류값을 이유로 올해 1월 초 전 품목 가격을 평균 6% 이상한데 이어 2월 말 1000여개 품목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지난 11일부터는 식탁·책상·의자·서랍장·거울 등 1000여개 품목을 최대 18.6% 인상했다.

여기에 이케아는 추가 출점도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다. 당초 이케아는 2020년까지 5개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 이케아 매장은 고양·광명·기흥·동부산점 등 총 4개에 불과하다. 이케아는 계룡시에 추가 점포를 계획했지만 지난 3월 건축허가 취소와 함께 출점을 포기하고 대구점 건립계획을 발표해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광주에서 팝업 형태로 이케아 매장을 운영하거나 강동구, 대구에 각각 2024년 하반기, 2025년 상반기를 목표로 점포 출점을 계획 중”이라며 “큰 매장 형태가 아니더라도 소규모로 운영해나가며 점포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케아 광명점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광명점에서 실적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마티나 자이델 이케아코리아 컨트리 커머셜 매니저는 “코로나19로 물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원자재 값 인상으로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렸다”며 “경쟁사와 유사한 제품은 낮은 가격에 제공하도록 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가 높고 가격을 인상했던 제품들은 상황에 따라 다시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옴니채널 주력, 이케아 전략 통할까

일단 이케아는 중고 제품 거래 등을 통해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자원순환허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케아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옴니채널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도약의 해로 삼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서비스 및 솔루션을 통해 고객 접근성·편의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케아는 ‘이케아 앱→이케아 공식 온라인몰→이케아 라이브→리모트(원격) 서비스→매장으로 연결되는 이케아만의 옴니채널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전략이 통하지 않으면 월마트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월마트는 유통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며 1998년 국내 진출했지만 적자를 거듭한 끝에 8년 만에 철수했다.

당시 월마트는 인천·일산·구성·강남점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월마트는 “한국 시장 환경상 월마트가 지향하는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철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월마트는 작은 도시부터 매장을 오픈해 수도권으로 확대해왔는데 이미 월마트가 수도권에 점포를 오픈할 때는 이마트, 롯데마트가 오픈한 직후로 경쟁에서 밀렸다. 이케아 역시 현재 고양·광명·기흥·동부산점 등에서만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프레드릭 요한손 대표는 “이케아의 수익은 크게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과 이케아 재단을 통해 취약·소외계층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번 영업이익으로 매장을 확대한다기보다 글로벌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에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