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인천에 기름 ‘입주폭탄’···침체 늪 깊어지나
올해·내년 각각 4만 가구 집들이···연평균 입주 물량 4배 수준 송도 등 주요 지역도 아파트값 급락···매물 쌓이고 ‘마피’ 분양권도 등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인천 부동산 시장에 침체의 늪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매매·전세 시장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당장 올해 입주 물량만 4만가구가 넘는다. 연평균 아파트 입주 물량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앞으로 수년간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천도 대구처럼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아파트값은 평균 1.77% 하락했다. 전국 평균(-0.81%)보다 낙폭이 2배 컸고, 세종(-6.33%)·대구(-4.79%)·대전(-2.32%) 등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률 4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0.85%, 경기는 1.46% 내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월) 16.16% 올라 전국 상승률 1위(연간 상승률 22.56%로 1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며 인천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던 송도에선 집값 약세가 확대되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1차’는 전용 84㎡ 지난 9일 8억5000만원(30층)에 거래 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인 11억3000만원(2021년 11월·26층) 대비 2억3000만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어 26일에는 같은 면적 7층 매물이 1억원 더 떨어진 7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인근에 위치한 ‘송도더샾퍼스크파크’ 역시 전용84㎡가 지난해 9월 13억7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으나, 현재 10억대 중반 매물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송도 위쪽에 있는 청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구 청라동 ‘청라국제금융단지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는 전용 84㎡ 가격이 지난해 12월 12억4000만원(28층)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호가가 7억5000만원인 매물도 등장했다.
청약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대형 브랜드 단지에서 미달 사태가 속출함은 물론 수차례 ‘줍줍’(무순위 청약)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난 7·8월 두 달간 분양이 진행된 7개 단지 중 4곳에서 1순위 미달이 발생했다. 인천 아파트 최저 당첨 가점도 올해 상반기 34.2점으로 지난해(46점)보다 낮아졌다. 인천 미분양 물량은 7월 544호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30.1% 늘어나며 서울(-17.7%)·경기(23.8%)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던 분양권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왔다.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단지에선 전용 59㎡ 분양권이 4억350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이는 최초 분양가(4억2350만원)보다 2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해당 단지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2054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2020년 7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2.18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파트 매물도 쌓여가는 모양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인천은 6개월 새 매물이 27.7%(2만909건→2만6702건) 늘어나며 전국에서 광주(106%) 다음으로 매물 증가율이 높았다. 미추홀구가 40.3%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계양구 34.6%, 남동구 27.9%, 남동구 27.9%, 부평구 27.4%, 서구 27.0%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이유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반적인 하락세에 더해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 입주물량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인천에선 올해부터 3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급으로 많다. 올해 4만2605가구, 내년 4만3228가구, 2만345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인천의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아파트 준공 물량이 1만3000가구 수준이다. 아직 청약이 본격화하지 않은 3기신도시 인천 계양지구 공급량(1만7000여 가구)까지 더하면 향후 5년간 매해 수만 가구의 입주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업계에선 금리 인상에 공급 폭탄 여파로 전세는 물론 매매·분양 모두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만큼 당분간 주택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과잉 공급까지 이어질 경우 대구처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입주 물량은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전셋값이 급락하고,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