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대 1까지 치솟던 유사주택 청약···1년 뒤 현실은 ‘무피’ 수두룩

지난해 인기 끈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수도권 3대장 유사주택, 웃돈 형성 미미 비아파트 상품군 특성상 조정기에 가치 하락 더 크게 받는 영향

2022-09-01     노경은 기자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 때 투자금액 대비 큰 차익을 남길 것으로 기대되며 인기를 끌던 아파트 대체제 상품군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은 최고 네자릿수 경쟁률까지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피에 가까운 수준의 매물이 쌓이는 등 가치가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아파트 대체제인 비아파트 상품군이 큰 타격을 받은 영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분양한 생활형 숙박시설인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분양가 대비 웃돈이 없는 이른바 무피 매물도 나오고 있다. 전용 49㎡ 매물은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무피로 분양가 그대로에 분양권을 넘기는 형태로 나왔다. 이밖에도 전용 63㎡ 매물도 웃돈이 500만원에 그쳤다.

분양 당시 마곡 르웨스트의 인기는 상당했다. 서울 주택시장에 신축 아파트가 귀해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에까지 실수요층이 넘쳐난 영향이다. 해당 사업장은 청약통장이 없이도 청약 가능하며 전매제한도 없었기 때문에 투자수요까지 유입됐다. 청약 요건 뿐 아니라 입지적 우수성도 부각됐다. 컨벤션센터와 판매시설, 업무시설, 호텔 등이 동시에 들어서고 강서구 중심인 지하철 9, 5호선 및 마곡나루 사이에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자랑해서다. 덕분에 평균경쟁률은 657대 1을 기록했다. 총 청약 인원만도 57만명에 달했다. 계약 전인데도 청약당첨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는 떴다방에 의해 웃돈이 2억원 씩 붙는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도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새 웃돈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11월 초 분양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역시 마찬가지다. 청약 결과, 평균 경쟁률 1398 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89실의 세대주 모집에 12만4426명이 청약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한전매 가능, 중도금 대출 가능, GTX-C 위례과천선 통과 예정 등의 홍보에도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전용 84㎡ 매물 기준 웃돈이 4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마곡보다는 나은 처지다.

아파트 대체제 3대장 중 하나이자,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보다 하루 뒤 분양한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의 평균 경쟁률은 1312 대 1로 집계됐다. 총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이다. 이 오피스텔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실 미만이라 전매가 가능하며, 청약 당시 별도의 예치금이 없어 전국적으로 신청이 쇄도했다. 분양가가 10억 원에 육박했지만 한때 서버가 마비되며 청약마감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용 78㎡ 매물을 비롯, 무피에 분양권을 매도한다는 매물이 늘고 있다.

이처럼 청약 당시만 해도 로또 이상이라며 기대를 모았던 분양권의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은 비아파트라는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가격 방어력이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리 부담도 크다는 점도 부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길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매 제한이 없어 웃돈을 주고 팔 수 있다는 투자처로만 생각하고 투자한 이들이 많다”며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반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다보니 관리가 힘들다며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급감에 이어 멸종 수준으로 사라진 만큼 당분간 아파트 대체제인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도 침체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용 60㎡형 초과 오피스텔 거래량은 222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거래된 778건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자체가 공급가격 규제 대상이 아니다보니 분양가 자체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도 최근 금리가 높다보니 선호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