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명품, 네이버 ‘시크’ 인기 이어갈까
네이버, 크림과 시크 통해 명품 경쟁력 강화 잦은 가격 인상에 명품 인기 꺾였다는 관측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와 이커머스 특수에 힘입어 고가의 명품 브랜드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명품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3강인 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유통 대기업도 명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특히 한국 명품 시장은 세계 7위에 기록된 만큼, 네이버는 명품 거래 플랫폼 크림과 시크(CHIC)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은 약 17조원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지난해 매출 에르메스(5257억원), 루이비통(1조4681억원), 샤넬(1조2238억원) 등을 기록해 국내에서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특히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2% 증가한 약 1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10.6%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명품 수요가 늘자 네이버는 스니커즈를 주력으로 하던 크림에 스트릿웨어와 명품 등을 입점시켜 브랜드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크림은 롤렉스, 샤넬, 루이비통을 시작으로 올해 에르메스를 추가해 브랜드를 확장했다. 지난해 크림 서비스 가입자 수는 300만명이다. 올 2분기 기준 크림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2.4배 증가한 35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네이버는 명품 플랫폼 시크까지 출범시켜 명품 거래 경쟁력을 높였다. 시크는 네이버 카페 시크먼트와 크림이 협업한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이다. 시크먼트는 지난 2011년 네이버 카페로 개설돼 현재 회원수만 60만명에 달한다.
이날 시크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스위트에서 첫 번째 팝업스토어 ‘메종 시크(Maison CHIC)’를 열었다. 시크는 이날 시크먼트 VIP회원과 인플루언서 150여명을 대상으로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김건호 시크 대표는 “에르메스와 샤넬을 사랑하는 셀러들의 룸을 콘셉트로 각 하이엔드 브랜드의 클래식 모델부터 한정판,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빈티지 컬렉션 등을 전시해 시크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양한 럭셔리 아이템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팝업스토어는 김 대표가 언급한대로 샤넬과 에르메스룸 그리고 아디다스X구찌 콜라보, 톰브라운, 롤렉스 등이 전시됐다. 이날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시크먼트 VIP들은 직접 전시된 상품을 착용해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만 관건은 시크가 어느정도 수준까지 성장 할지다. 명품 수요가 늘면서 단시간에 온라인 명품 시장도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요 명품 플랫폼 4곳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 불만은 매년 약 2배씩 늘었고, 최근 3년간 소비자 불만 관련 총 1151건이 접수됐다.
대표적으로 발란은 개인정보유출에 가품 논란, 네고왕 출연 당시 할인 쿠폰 발행 전 미리 상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의혹으로 신뢰도가 하락했다.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도 올 초 에센셜 티셔츠 가품 논란으로 공방을 이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무신사 솔드아웃에서 약 200만원에 판매된 나이키 운동화가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으며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최근 잇단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해외여행 재개로 명품 오픈런 대란이 한풀 꺾이면서 명품 수요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잦은 브랜드 가격 인상에 희소성까지 떨어져 리셀 시장에서도 명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 오픈런이 필수였던 샤넬 매장은 입장까지 20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또 그간 수백만원대의 웃돈이 붙었던 일부 샤넬 제품 리셀가는 최근 정가와 비슷한 경우가 다반사다.
시크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제품 신뢰도에 대한 검증 없이 진행되던 기존 플랫폼들과 달리 12단계에 달하는 검증 과정을 통과한 판매자들만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거래하는 제품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수를 원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자체 검수센터 시크랩을 통한 제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시크랩 검수를 거친 제품을 구입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구매 가격의 300%를 보상하고, 시크를 통해 판매된 제품이 가품으로 확인되면 구매자에게 상품 가격의 200%를 보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