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vs 한국투자증권 엇갈린 해외 성적표···실적경쟁 승부처되나
미래에셋증권, 해외자회사 실적기여 덕분에 국내 증권사 순이익 1위 등극 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은 대부분 적자···2분기 전체 순이익 3분의 1로 감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매년 1위 증권사 자리를 놓고 경쟁해오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2분기에 엇갈린 실적을 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엇갈린 실적 배경에는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해외 자회사들이 실적경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자회사들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에 발목이 잡혔다.
◇ 2분기 엇갈린 미래에셋 vs 한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국내 증권사들이 반기보고서 제출을 마친 결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26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에 19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33.7%가량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낸 증권사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미래에셋증권은 46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냈다.
미래에셋증권의 라이벌인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에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741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2745억원) 대비 3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도 3487억원에 그치며 메리츠증권(4408억원)에 밀린 3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주요 원인은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자회사들의 성적표였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1092억원을 기록했다. 본사보다 종속기업들의 이익기여도가 더 높았던 셈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별도기준 세전이익 대비 연결기준에서 약 2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면서 실적상승을 견인했다”며 “해외법인 및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자회사 연결이익 약 1000억원이 연결실적에 반영됐고 수익증권 등 연결대상 투자자산 평가이익도 약 1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794억원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았다. 자회사들이나 연결대상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전체 실적을 갉아먹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3383억원으로 연결기준 순이익(3487억)과 큰 차이가 없다.
◇ 해외법인 실적 기여도는 ‘천양지차’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해외법인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실적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브라질, 영국 인도 싱가포르, 몽골, 중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 지역에 진출한 상태로 10개 해외법인과 3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해외법인 세전순이익은 640억원으로 1분기보다 113.3% 증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상승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해외법인 수익 시현은 미래에셋증권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은 2분기에 대부분 손실을 냈다.
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 가운데 자산규모가 9257억원으로 가장 큰 홍콩법인(Korea Investment & Securities Asia,Ltd)은 2분기에 23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에 4억달러, 지난해 3월에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베트남 법인(KIS Vietnam Securities Corporation) 역시 2분기에 2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2020년 순이익(101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2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알짜 해외법인으로 등극했었다.
이외 미국법인과 인도네이사법인, 유럽법인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법인 두 곳은 총 21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인도네시아법인은 6억원, 유럽법인 역시 1억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해외법인 실적과 별도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해외법인 출자 목적으로 발행한 6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채권 역시 최근 환율 상승으로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6억달러 가운데 미국과 홍콩법인에 증자한 4억달러를 부채로 인식하고 있어 환율이 상승하면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환율에 따른 335억원의 평가손실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며 “해외법인에 대한 법인세 조정에 따른 약 210억원의 법인세 부담도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