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김정진’ 한림제약 대표···신약 R&D와 오픈이노베이션 승부수
매출·영업익 꾸준한 성장···영업익률 호조, 제품 비중 높고 점안제 등 특화영업 원인 황반변성藥과 안구건조증藥 개발·투자···케이메디허브 지원 받아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한림제약 오너 2세 김정진 대표가 최근 수년간 꾸준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실현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실적 호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김 대표가 추진하는 신약 연구개발(R&D)과 오픈이노베이션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림제약 최고 경영진은 창업주 김재윤 대표이사 회장과 그의 장남 김정진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1935년생 김 회장은 1989년 한림제약을 창업, 골질환계와 순환기계, 안질환계 특화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67년생 김 부회장은 안정적 경영을 중시했던 부친 김 회장에 비해 진취적으로 신약 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에 무게중심이 실린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안정을 선호하는 부친에 비해 김 부회장은 R&D와 외부 투자에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림제약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7년 1816억원, 2018년 1396억원, 2019년 1673억원, 2020년 1772억원에 이어 2021년 1843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528억원, 2018년 188억원, 2019년 263억원, 2020년 251억원에 이어 2021년 273억원을 기록했다. 한림제약 경영실적에서 우선 눈에 띄는 사항은 영업이익률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률 20%를 초과했던 회사는 2018년 13.5%, 2019년 15.7%, 2020년 14.2%, 2021년 14.8% 등 4년 간 15% 안팎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가장 높았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 29.1%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등 ‘제품’ 비중이 높고 점안제 등 특화영업에 주력한 점 등이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한림제약이 선택과 집중을 잘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843억원 매출 중 1831억원이 ‘제품’ 매출이다. 반면 ‘상품’ 매출은 2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제품’은 제약사가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품목을 지칭한다. 반면 ‘상품’은 다른 업체가 제조한 품목을 판매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 여파로 국내 제약사들 부침이 심했지만 한림제약은 승승장구하며 오히려 수익성이 강화된 것이 수치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한림제약 경영권이 김 회장에서 김 부회장으로 옮겨지면서 신약 R&D와 오픈이노베이션은 지난 2016년 본격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업체 코아스템과 루푸스 및 루푸스신염 줄기세포 치료제 ‘CS20AT04’에 대한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2017년에는 애드바이오텍과 엠디뮨에 투자도 단행했다. 이어 지난 2020년 3월 한림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를 개발하는 알테오젠과 국내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3월에는 한림제약 자회사 한림MS가 알테오젠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와 ALT-L9 국내 공급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일리아는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주요 노인성 실명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 치료제로 연간 8조원 이상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품목”이라며 “알테오젠은 12개국에서 ALT-L9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한림제약이 바이오벤처 루다큐어와 안구건조증 치료제 ‘RC1001’ 공동 연구개발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150억원이다. RCI001은 염증 활성화 억제기전을 통해 항염증, 항산화 효과를 발현, 안구건조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림제약 투자 대상이 황반변성 치료제와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인데 안질환계 특화기업인 회사와 매치가 가능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퍼스트제네릭이 허가된 ‘브리디온주’ 제네릭을 가장 먼저 허가 받은 제약사도 한림제약이다.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MSD의 근이완 길항제 브리디온주는 슈가마덱스나트륨 성분의 오리지널 품목이다. 해당 제네릭은 지난해 12월 한림제약 ‘브리턴주’를 시작으로 후발주자들이 진입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브리디온주 매출은 2020년 기준 390억원대”라며 “지난 4월 중순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이 출시돼 지금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4월에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의 2022년 신약개발 기반기술구축사업 최적화 기술지원 분야 신규과제에 한림제약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가 선정돼 지원이 결정됐다. 이같은 한림제약의 신약 R&D와 오픈이노베이션은 안정적 경영과 풍부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실제 한림제약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0원이 되면서 부채총계도 396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9.8%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고비마다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경영진을 필요로 한다”며 “한림제약은 창업 후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며 약업계에서 생존한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