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카카오뱅크, 카드업 진출 또 선언한 이유는
2018년에 계획 세웠지만 '카드사 본업 불투명하다' 철회 최근 늘어난 카드론, 자동차금융 등 '부업'에 진출 의도 관측 중·저신용자 대출 노하우로 카드론 경쟁력 갖췄다 판단한듯 고객 기반도 충분히 확보···신용카드 발급량 빠르게 늘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업 진출을 또 다시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2018년 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가 보류한 바 있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최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자동차할부금융 등 ‘부업’에 진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카드론 시장에도 진출해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최근 열린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제휴 신용카드 사업을 모든 카드사로 확대해 범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며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직접 진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기존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을 뿐 신용카드 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가 카드업 진출을 거론한 것은 이번에 두 번째다. 지난 2017년 출범 100일을 맞아 2018년 내에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9월에 이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인해 전망이 좋지 않기에 계획을 접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재도 수수료율 인하 정책은 이어지고 있어 신용카드의 본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올해는 카드사들의 실적이 보복소비의 영향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본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된다는 평가다. 더구나 기준금리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하반기에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들면 카드사들의 실적이 감소세로 전환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가 카드업 진출을 선언한 이유로는 카드사의 ‘부업’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카드사들은 본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결제금액이월약정), 자동차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 사업들에 진출하면 수익성이 있다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터널을 지나오면서 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은 급증했다. 작년 말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3조27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9년 말 대비 13% 급증했다. 올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이 강화되자 리볼빙 자산이 크게 늘었다. 자동차 할부금융의 경우엔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사업 진행으로 원래 주 업무로 담당하던 캐피탈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카드론에 대한 노하우도 어느정도 쌓았다는 평가다. 카드론 대출도 중·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 최근 카드론 고객 중 적지 않은 수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로 옮겨가는 이유도 고객층이 겹치지 때문이다.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데 있어 핵심은 건전성 관리다. 중저신용자 가운데 숨어있는 우량차주를 선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저신용자들은 금융 거래 기록이 별로 없는 ‘씬파일러’들이 많기에 비금융데이터도 활용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계속 소극적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을 지난해부터 크게 늘렸다.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지키라는 권고를 강하게 내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는 등 전력을 쏟았다.
카카오뱅크가 카드론 사업까지 진출한다면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카드론 고객을 카카오뱅크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면 은행과 카드 두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발휘될 수 있다. 카드론을 내준 고객의 신용 수준이 실제 등급보다 더 높다고 판단되거나 신용등급이 상승한 고객을 대상으로 카카오뱅크 대출로 옮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고객 기반이 충분히 마련된 점도 사업 진출을 검토하게 된 주요 이유로 꼽힌다.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객수는 1900만명에 달한다. 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의 대출, 예금의 우대금리 혜택을 붙여 판매하면 카드 고객 증가 속도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제휴 신용카드만 해도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총 47만장이 발급됐다. 상반기 동안 28% 급증한 성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확대하면서 카드사들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라며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을 또 고려하는 것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사업과도 큰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