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상 최대 순익’ KB손보, EV는 돌연 하락···장기성장 전략 틀었나

당장 순익 부진해도 내실경영 추구했던 전략 고려하면 다소 의외 장기성장보다는 단기성장 주력, 향후 경영 전략에 주요한 변화 전망도 KB손보 "경영 전략 변화 없다···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평가 손실 증가 영향"

2022-08-01     김태영 기자
KB손해보험 EV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지만 내재가치(EV)는 하락해 그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순익이 부진해도 가치 중심 성장을 통해 내실경영을 추구했던 KB손보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고려한다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장기성장보다 단기성장에 주력하면서 향후 전략에 주요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39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순익(159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순익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 회복 기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2분기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증가한 3조457억원을 달성했다.

2분기 손해율은 82.0%로 전 분기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지급여력비율(RBC)은 198.7%로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에 따른 RBC 하락을 개선하기 위해 LAT(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 잉여액의 40%를 가용자본 인정안으로 규제를 완화한 점, KB손보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AT란 보험부채를 현재 시점의 금리와 손해율, 유지율 등을 바탕으로 평가한 뒤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는 제도다. LAT 잉여액의 일부를 RBC 비율 계산에 필요한 자본으로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RBC 비율은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을 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RBC 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가 속출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보험영업 손익이 증가했고 대체투자 배당익 증가로 투자영업손실이 개선됐다"며 "지난 4월 사옥 5개 매각으로 일회성 처분 이익(1570억원)이 발생하며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EV는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EV는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이 감소한 8조6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줄곧 성장세를 이어온 KB손보 EV 성장세가 꺾인 것은 처음이다. 매년 EV 지표를 실적 전면에 내세웠던 만큼 이번 하락를 두고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KB손해보험의 전략 변화가 기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손해보험의 EV 상반기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상반기 3조887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6조2190억원, 2020년 7조5370억원, 2021년 9조1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첫 하락까지 단 한번의 감소없이 연속 순증세를 이어왔다. 

EV(내적가치·Embedded Value)란 보험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약에서 미래 예상되는 이익을 평가하는 기업 가치 측정 방법이다. 더 이상 가입자를 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현재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미 실현된 이익과 계약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현금흐름을 보여준다. 

보험업의 특성상 장기현금흐름에 의해 손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당기순이익이나 매출만으로는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었다. KB손해보험은 공격적이고 단기적인 성장보다는 장기성장성이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EV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기조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지됐다. 수익 확대와 함께 내재 가치 성장도 순항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EV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KB손보는 달랐다"며 "그 동안 내실성장과 미래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EV를 강조해 해왔지만 실적에 반비례해 EV 수치가 처음으로 하락하면서 단기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인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경영 전략은 큰 변화가 없다"며 "금리가 인상하면서 자산평가 손실이 증가한 결과 EV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