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앞둔 쌍용건설, 터닝포인트 계기 마련하나
글로발세아 실사 종료 임박···다음 달 SPA 체결 예정 인수 후 유상증자 예고···재무구조 악화 해소될 듯 플랜트·친환경 계열사와 시너지···해외사업 영역 확대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새 주인을 앞둔 쌍용건설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수년째 이어온 해외사업 손실로 재무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수자인 글로벌세아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약속하면서 재무 구조 개선은 물론 사업 기회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의 쌍용건설 실사가 다음 주 종료될 예정이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 측에 쌍용건설 지분 99.94%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실사를 진행해 왔다. 쌍용건설의 국내외 사업 현황과 재무 상태, 우발채무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를 마무리하면 다음 달 중으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의 지주사인 글로벌세아는 의료 제조·판매 세계 1위 세아상역을 주축으로 성장한 국내 최대 의류 기업이다.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확장해 왔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제지업계 1위의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사들였다. 올 초엔 친환경에너지 전문기업 발맥스기술을 품었다. 현재 10개 계열사를 보유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까지 M&A와 신사업 투자를 통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쌍용건설 인수도 이러한 계획 아래 추진됐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쌍용건설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앞으로 글로벌세아의 지원 아래 직접투자와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건설은 1998년 쌍용그룹 해체 후 2002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관리를 받았다. 2015년엔 중동 국부펀드인 ICD에게 인수됐다. 국부펀드 성격상 지원의 한계가 있어 그동안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원가율 증가로 실적이 악화됐다. 현재 해외사업 비중은 40%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다수의 해외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 해외사업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20년 2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엔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해외사업에서 쌓인 부실을 털기 위해 손실을 회계상에 선반영한 결과다.
부진한 실적 탓에 자본이 줄자 부채비율도 급등했다.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은 2015년 IDC로 인수된 이후 200~300%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 419%로 상승하더니 지난해 635%까지 치솟았다. 자본금은 1364억원인 반면 부채는 8658억원에 달했다. 재무구조가 저하됨에 따라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쌍용건설의 기업신용평가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BB 부정적’을 유지했다. 해외사업장에서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에 따라 부채비율이 300%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경우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세아가 하반기 쌍용건설을 인수 완료하면 재무구조 악화를 멈출 여지가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앞서 글로벌세아는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별도로 인수 금액보다 큰 금액을 추가로 유상증자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만약 글로벌세아가 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자본 규모가 단숨에 30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해 부채비율이 300%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쌍용건설은 재무건전성을 통해 신용등급 상향과 금융비용 절감, 시공능력평가 상승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기회 확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쌍용건설은 현재 매출 외형이 2019년 1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3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사업 확장을 꾀하는 플랜트 사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해 플랜트 사업 매출액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했다. 건축과 토목이 각각 77.4%, 23.8%라는 점을 고려하면 플랜트 부문의 성장은 포트폴리오의 균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세아가 건설·플랜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세아STX엔테크와의 시너지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세아STX엔테크는 국내외 오일 및 가스시설, 발전소, 신재생 에너지 EPC사업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글로벌세아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발맥스기술과의 제휴는 쌍용건설이 친환경 에너지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쌍용건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해외사업 영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두바이 에미리트타워호텔, 두바이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 등 해외 랜드마크 공사를 잇달아 성공시켰지만 대부분 시공을 맡는 데에 머물렀다. 반면 글로벌세아는 중남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글로벌세아의 투자 경험과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