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비해 더딘 수소차 보급···상용차 위주로 투자 이뤄지나

현재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89기 설치···지난해 연말 170기 대비 19기밖에 안 늘어 최근 수소충전소 사업공고도 상용 위주로 진행···승용 수소차 보급 지지부진 우려 현대차, 수소트럭 ‘엑시언트’ 연내 판매 계획···‘넥쏘’ 부분변경 출시는 내년에도 미지수

2022-07-27     유주엽 기자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 보급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충전시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상용 수소차 위주로 충전시설이 확대되고 있어 승용 수소차 보급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총 189기다. 지난해 연말 기준 170기에 비해 19기 늘어나는 데 그쳤다. 170기엔 설비보완, 시운전 등 이유로 운영이 중단된 충전소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초 사업계획으로 수소충전소 누적 310기 설치를 목표로 발표했는데, 현시점에선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천의 한 수소충전소. / 사진=유주엽 기자

충전소 부족은 수소차 보급 확대의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다르게 충전을 위해선 수소가스 저장소 및 안전 설비가 마련된 충전소를 방문해야 한다. 충전시간은 5분 내외로 전기차에 비해 빠른 편이지만, 전기차와 같이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충전이 불가능한 구조다.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해선 충전 인프라 확대 구축이 필수적인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모델 넥쏘를 운행하는 서초구 거주민 A씨(27세)는 “충전을 위해선 양재충전소나 국회 충전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내연기관차에 비해선 확실히 충전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전소 부족으로 수소차 보급 속도는 전기차에 비해 느린 편이다. 카이즈유 통계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소차 모델 넥쏘의 등록대수는 470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등록대수 4300대와 비교해 약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동기간 수입 모델을 포함한 전기차 등록대수는 6만8996대로 전년 동기(3만9302대) 대비 75.6% 증가했다.

현대차의 승용 수소차 넥쏘. / 사진=현대차

최근에는 수소충전소 민간사업자 공고도 상용차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전기·수소차 충전소 사업자 모집을 담당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의하면 지난 6월 수소충전소 사업자 모집은 특수(상용)에 한정돼 이뤄졌다. 해당 공고는 특수 수소충전소 10개소분에 대한 사업자를 모집했다.

이전 모집공고는 올해 2월에 이뤄졌다. 당시 모집공고에선 특수 수소충전소 사업자 24개소분이 선정됐다. 일반 수소충전소 사업자는 15개소분이 선정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승용 수소차 보급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상용 수소차 충전소만 공고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수소 화물차·광역버스·청소차 등이 나올 것을 감안하면, 이에 맞춰 수소차 보급이 전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차 역시 상용차 위주로 수소차 보급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수럭트럭 및 수소버스 사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은 “수소 상용차의 대중화를 위해 엑시언트의 연내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며 “수소버스 역시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시범 운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수소트럭 엑시언트. /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승용 수소차 넥쏘는 2018년 첫 출시가 이뤄진 이후 아직까지 신형 모델이 나오고 있지 않다. 넥쏘는 2023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업계에선 이마저도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수소차 사업은 상용으로 추진되는 것이 용이하다고 전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소차 보급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론 상용차 위주로 보급이 이뤄지는 게 맞다”며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설치하면 인프라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 수소충전소는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해 아직까진 사업상 별다른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8일부터 수소충전기를 운영한 사업자 B씨는 “사업 개시 이후 주말부터 하루 평균 25대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며 “이정도면 잘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현재 수소충전소 설립을 위해선 3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전 수요가 있고 사업성도 있지만 지원금 없이는 시설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가스 저장소. / 사진=유주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