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부러운 신한·하나금융···손보사 추가 인수 나설까

회계제도 변경 리스크 해소되면 인수 나설듯

2022-07-26     유길연 기자
KB·신한·하나금융지주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올해 손해보험 계열사의 실적급증으로 보험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면서 신한·하나금융지주도 손보사 인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하나금융은 규모가 작은 디지털 손보사만 가지고 있어 보험 부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선 두 ‘공룡그룹’이 내년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KB, 압도적인 보험 실적···KB손보, ‘효자계열사’로 대변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보험 계열사 3곳(KB손보, 푸르덴셜생명, KB생명)의 당기순익의 합은 5624억원이다. 작년 동기(3243억원) 대비 73% 급증했다. 반면 신한금융의 보험 부문(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익은 2775억원으로 같은 기간 32% 감소했다. KB금융의 보험 계열사의 실적이 신한금융 대비 두 배 넘게 거뒀다. 

하나금융은 신한보다 보험 계열사 규모가 크게 작지만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의 보험계열사(하나생명·손보)의 올 상반기 1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손보가 211억원의 순손실을 거둔 결과다. 하나생명의 상반기 순익(109억원)도 작년 동기 대비 48% 급감했다. 

KB가 보험 실적에서 다른 금융지주를 크게 따돌릴 수 있었던 요인은 단연 손보사다. KB손보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43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가 넘는 실적을 찍었다.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가운데 KB손보의 순익이 가장 많았다. 생보 계열사는 KB·신한·하나 모두 실적이 감소했지만 KB는 손보 계열사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보험 성적에서 크게 앞서나갈 수 있었다. 

KB손보는 주요 금융지주의 손보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올해 6월 기준 총자산 약 4조2000억원으로 신한·하나금융 손보 계열사를 압도한다. 신한·하나금융은 모두 규모가 작은 디지털 손보사가 있을 뿐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신한EZ손보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하나금융도 지난 2020년 더케이손보를 사들여 하나손보를 출범시켰다. 

KB손보는 그간 그룹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KB손보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그간의 'M&A 잔혹사'를 끊고 2014년 LIG손보를 인수한 후 재출범했다. 하지만 그룹에 편입된 후 KB손보는 실적이 계속 줄었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8년 이후로 모기업인 지주로 배당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실적이 급성장하면서 그룹 효자 계열사로 올라섰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커지는 손보사 가치···신한·하나, 인수 여력은 충분
 
금융권에선 신한·하나금융도 추가로 손보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디지털 손보사론 만족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전체 보험 부문의 규모가 작기에 보험사 인수가 시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손보사로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험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선 결국 장기보험 계약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해야 한다. 디지털 보험사의 비대면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나손보 뿐만 아니라 다른 디지털 보험사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더구나 손보사의 가치는 IFRS17 도입과 맞물려 올라가고 있다. 보험사들은 모두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고 있긴 하다. 하지만 상품 구조만 놓고 보면 IFRS17 도입 이후 손보사들이 생보사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생보사들과 달리 손보사들은 저축성 상품을 거의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축성상품의 보험료는 IFRS17 아래선 대부분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업계는 신한·하나금융은 IFRS17이 정착된 후 회계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후 손보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 대형 손보사들은 새 제도 도입에 대한 준비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중형급 이하의 손보사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카디프손보를 인수할 당시 매물로 꼽혔던 중형급 손보사를 인수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도 회계 기준 변경 리스크가 꼽힌다. IFRS17 준비가 미흡한 손보사를 인수하면 금융지주는 재무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보험사 추가 인수를 위한 신한, 하나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현금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은행으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확보할 수 있다. 자기자본도 여유가 있다. 신한, 하나의 올해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총자본비율은 각각 15.87%, 15.86%로 규제치(11.5%) 대비 4%포인트 이상 높다. 이에 하나금융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M&A에 목말라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올해 신한EZ손보를 설립한 만큼 추가 손보사 인수 계획은 없다”라며 "하지만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지 여부를 수시로 체크하는 작업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손보사 추가 인수도 검토 가능한 부분이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사안이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