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멀었는데 벌써 계약 줄선다”···현대차 ‘신형 그랜저’ 흥행 예고
6세대 계약시 7세대 선택권 부여···선계약 4만대 육박 현대차 “출고 지연 따른 기존 계약자 불편 최소화 차원” 반도체 수급 완화 및 노조 파업 리스크 해소로 판매 증가 전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둔 현대자동차 대표 세단 그랜저가 신형 출시 전부터 흥행이 예고됐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인기 모델 출고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가운데, 선계약을 통해 빠른 순번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서다.
22일 현대차 영업점 등에 따르면 그랜저 선계약이 3만대를 넘어 4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최근 그랜저IG(6세대 모델) 고객이 구매할 경우 기존 차량을 계약할지, 아니면 새로 나오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계약할지 선택권을 준다.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경우 이전 모델은 사실상 단종되는데,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출고 적체 현상 때문에 신형 모델 출시 전까지 구형 모델 물량을 전부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영업점에 배포한 이달 납기표를 살펴보면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5개월, 하이브리드는 8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그랜저 풀체인지 출시일이 오는 11월이 유력한 가운데 당장 계약하더라도 가솔린은 오는 12월, 하이브리드는 내년 2분기나 돼야 출고가 가능하다. 사실상 후순번 고객들은 기존 모델을 구입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일부 영업점의 경우 더 이상 기존 모델 계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가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최근 출고지연 문제로, 후속모델 출시 이후 기존 계약 고객이 가격이 인상된 신형을 구매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나타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시한 팰리세이드의 경우 신형이 나오면서 가격이 200만~500만원 이상 올랐는데, 신형 출시 전까지 차를 받지 못한 고객들의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신형을 구매하거나 아니면 다른 차로 갈아타야만 했다.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현대차는 그랜저의 경우 선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에는 반도체 대란 문제로 인해 사전계약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6세대 모델 고객들이 차를 기다리다 7세대를 받게 될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안내해 불편을 최소화하는 한편, 오랜 기간 차를 기다려준 고객들을 위해 우선권을 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형 출시 직전 차를 계약할 경우 출고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6세대 모델을 계약하고 신형 모델 우선 순번을 받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6세대 그랜저의 경우 지난 2016년 말 출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난 2020년 14만5463대를 판매하며 단일차종으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7세대 그랜저는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차’ 이름값에 걸맞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1세대인 ‘각그랜저’ 디자인을 재해석해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옛 향수를 추억하는 40~60대와 뉴트로 감성의 20~30대 모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쌍용차 토레스도 예전 무쏘·코란도 감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진 바 있다.
여기에 하반기 반도체 수급 완화 등으로 공급 문제가 해소될 경우 판매량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전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현재 국내 미출고 차량이 64만대 수준이나, 하반기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수급 상황 개선 및 점진적인 생산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에 빠르게 합의하면서 하반기 파업리스크도 해소됐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생산량 감소는 물론, 파업 기간 차량 조립 품질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를 사전에 해결한 것이다.
전날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협 타결 조인식을 열고 교섭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올해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외부 환경을 고려해 파업 등 노사 갈등 없이 교섭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