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마무리 오뚜기, 부진한 해외사업 묘수는

오뚜기,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 흡수합병···지배구조 마무리 단계 해외사업 비중 여전히 10% 미만에 머물러···오뚜기, 진라면 외 내세울 상품 필수

2022-07-20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오뚜기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오뚜기는 단순화된 지배구조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온 해외사업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로서 경쟁사 대비 뒤쳐져 있어 오뚜기 자구안에 관심이 모인다.

20일 오뚜기는 오는 8월1일을 합병계약일로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지주의 합병비율은 오뚜기라면지주 1:0.531442, 오뚜기물류서비스 1:0이다.

이번 오뚜기 계열사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오뚜기는 계열사 흡수합병으로 핵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오뚜기는 관계사 일감몰아주기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오뚜기는 2017년부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오뚜기는 2017년 오뚜기삼화식품, 2018년 상미식품지주·풍림피앤피지주, 2020년 오뚜기제유지주·오뚜기에스에프지주 등을 흡수합병했다. 지난 2020년에는 함 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하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멈춘 바 있다.

함 회장은 2017년 이후 매년 3월마다 오뚜기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해왔다. 지난 3월28일 함 회장은 오뚜기 주식 7만3000주를 오뚜기라면지주에 386억3160만원을 받고 매각해 15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완납했다. 이 지분 매각으로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지주는 상호출자 관계가 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열사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뚜기 지배구조. / 자료=오뚜기 사업보고서,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로써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 마무리 수순을 밟게됐다. 이제 오뚜기는 함 회장의 숙원인 ‘해외사업’에 공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에 따르면 오뚜기베트남은 지난해 매출액 452억원으로 전년 동기(347억원) 대비 30.05% 증가해 호실적을 거뒀다. 베트남 현지 편의점과 실수요 공장, 외식업체 등을 공략한 덕이다. 다만 오뚜기 미국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661억원으로 전년 동기(690억원) 대비 4.2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6억8500만원으로 전년 동기(56억5400만원) 대비 52.51% 감소했다.

특히 오뚜기는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뚜기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매년 각각 30%, 60%가량의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뚜기는 10% 미만으로, 몇 년째 한 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

해외사업 확대는 오뚜기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오뚜기는 국내 카레 1위, 라면 2위 등 수식어로 내수에 치중돼 왔다. 식품사업 농심과 1, 2위를 다투는 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낮아 해외사업이 오뚜기의 한계로 거론돼 왔다.

오뚜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오뚜기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8.8% ▲2018년 8.8% ▲2019년 8.9% ▲2020년 9.3% ▲2021년 9.9%다.

무엇보다 오뚜기가 베트남, 미국, 뉴질랜드 등을 공략하고 있음에도 해외사업이 부진한 데는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상품이 없어서다. 오뚜기는 해외에서 ‘라면’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으나 현재 K푸드 인기로 해외에서 너도나도 라면을 출시, 판매하는 상황이라 진라면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것이다. 즉 해외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오뚜기는 장수제품 진라면을 이을 추가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아 해외시장 공략이 유독 어려운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오뚜기뿐 아니라 농심, 하림 등 기업들의 라면 수출 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오뚜기의 라면 종류 확대가 시급하다”며 “경쟁사 대비 해외사업 비중이 약하다는 점을 극복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사업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라면을 내세워 해외사업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라면뿐 아니라 앞으로는 상품 구색력을 높여 해외사업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