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또 뺏길라”···저축은행, 인터넷은행과 이번엔 파킹통장 경쟁
저축은행, 금리 잇달아 올려···연 3.0% 넘어 인터넷은행, 금리인상 등 공격적 영업 '박차' "저축은행, 추가로 금리 올릴 수도"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 간 ‘예금 고객 모시기 전쟁’이 파킹통장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파킹통장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저축은행도 파킹통장 금리를 올렸다. 당분간 인터넷은행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에 저축은행은 추가로 파킹통장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최근 파킹통장 ‘OK읏통장’의 금리를 기존 연 3.0%(우대금리 충족시)에서 3.2%로 0.2%포인트 인상했다. 연 3.2%는 금융권 파킹통장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다. 예치금 1000만원까지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 연 3.0%을 제공하고,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앱(애플리케이션) 오픈뱅킹에 이 통장을 등록하면 0.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추가되는 식이다. 1000만원 초과 분에는 최고 연 1.0% 금리가 적용된다.
파킹통장은 차를 잠깐 주차(파킹)하듯 원할 때 단기간만 맡겨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을 뜻한다. 돈을 오래 묶어두고 싶지 않지만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특히 올해 들어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자금이 파킹통장으로도 크게 몰리고 있다.
웰컴저축은행도 최근 파킹통장 상품인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 금리를 기존 최대 연 2%에서 3%로 올렸다. 가입 가능 대상도 확대했다. 기존엔 직장인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전업주부도 가입할 수 있다. 최대 금리인 연 3%는 예치금 5000만원까지만 제공된다. 5000만원이 넘는 부분은 연 2%의 금리가 적용된다. SBI저축은행도 지난 1일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고 있는 파킹통장 금리를 0.6%포인트 인상했다. 1억원까지 연 2.2%의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이 파킹통장 금리를 높인 이유는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인터넷은행의 ‘공습’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은행은 올해 들어 여·수신 영업 모두에서 저축은행의 몫을 가져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저축은행의 주력 사업인 중저신용자대출을 크게 늘렸다. 또 예금 금리를 저축은행 수준으로 올리는 등 수신 사업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파킹통장 금리 경쟁에 불을 붙인 곳도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영업을 시작한 직후 ‘토스뱅크 통장’의 금리를 연 2.0%의 파격 조건으로 출시했다. 1억원까지 최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는 연 0.1%가 적용된다. 특히 이 파킹통장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하루마다 이자를 줘 '일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상품 덕에 토스뱅크의 수신액은 올해 3월 기준 17조원을 넘어섰다. 케이뱅크의 수신액보다 큰 규모다.
저축은행은 파킹통장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할지 고민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인터넷은행들도 파킹통장 금리를 토스뱅크 수준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은 저축은행보다 더 큰 한도를 제공하는 점도 부담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 연 1.3%에서 0.8%포인트 올렸다. 특별한 조건 없이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연 2.1%의 금리는 토스뱅크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가입 가능한 최대 금액도 3억원에 이른다. 금리 인상 덕분에 일평균 신규 개설 계좌 수가 금리 인상 전과 비교해 10배 가량 늘었다는 것이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도 현재 연 1.2%인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의 금리 인상을 고민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파킹통장을 비롯한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의 한도는 1억원으로, 입출금통장과 연결해서 계좌 속 금고처럼 자금을 나눠 보관 가능하며 보관 금액 또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요즘 디지털화 때문에 인터넷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과도 수신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라며 “또 기준금리도 계속 오를 것이 예상되기에 저축은행들은 파킹통장 금리를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