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만 3조’ 롯데카드 매각, 경기 불황·높은 프리미엄에 장기 표류하나

잠재 인수 후보군, 인수 의사 타진에 유보적 태도 흥행 떠나 매각 '주춤' 모양새···기업 가치 두고 고평가 논란 시장점유율 7위 수준 대비 높은 프리미엄 부여 지적 "카드업계 성장성 의견 엇갈려···매각가 한발 뒤로 물어설 지 주목"

2022-07-18     김태영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대형어로 꼽히는 롯데카드 매각이 큰 진전 없이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호황을 지켜봤던 매각자의 기대치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반면, 장기 경기 불황 우려와 높은 프리미엄에 인수자들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 기업들에게 롯데카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인수 의지에 대한 움직임은 잠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후보로는 우리·하나금융그룹과 KT 등이 거론되는데 아직까지 인수 의지를 밝힌 기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이 갑자기 가파르게 침체 분위기에 진입한 탓에 매각사와 인수사의 시각차가 좁혀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9년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의 투자목적 자회사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에 매각됐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M&A였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59.83%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은 우리은행 20%, 롯데쇼핑 20%, 고(故)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0.17%씩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의 지분 59.83%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3~5년 사이 기업을 재매각해 차익을 거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롯데카드가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잠재 유력 인수 후보군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우리·하나금융그룹, KT,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언급됐다. 먼저 우리금융은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한 2대 주주인데다 롯데카드 경영권 매각 시 우선적으로 인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우선검토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금융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재 6위권인 우리카드 시장점유율(7.8%)을 단숨에 3위권(15.6%)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수 시 필요한 자금은 금융지주사 신용으로 회사채·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충분한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가장 유력했던 우리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입장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면서 롯데카드 매각은 흥행을 떠나 매각 자체가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BC카드 대주주로 업계 선점을 노리는 KT도 물망에 올랐지만 교섭에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T의 경우 BC카드, 케이뱅크 등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높은 매각가와 구현모 대표의 연임 이슈, 부정적인 여론 등을 이유로 인수전 참여 의지가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수 후보군 물망에 오른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간 개선된 수익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보여준 순익 개선은 부동산PF 대출 등 비카드 부문에서의 자산 확장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분석이다.

인수 당시 롯데카드 기업 가치는 2조1000억원대의 자본총계 대비 0.7~0.8배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자본금에 적용하면 2조원 안팎의 가치가 적정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경우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3배 수준이다. 이 수치를 롯데카드에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1조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롯데카드 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최소 자본총계 대비 1.1배 이상의 배수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카드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카드업계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은행권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의 결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업계는 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기준금리 상승 기조에 따른 대출 규제와 조달 비용 증가세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롯데카드의 외연 확장 등을 감안하면 가격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롯데카드는 지난 1분기 8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1759억원)와 2위 삼성카드(1608억원), 3위 KB국민카드(1189억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업계 하위권인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맞물려 카드업계 성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시장에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기 때문에 매각가를 두고 한 발 뒤로 물러설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