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대출 조인다"···카카오뱅크, 기회일까 부담일까
카뱅, 올 4분기 자영업자 대출 상품 출시 예정 시중은행 대출 문턱 높이면 수요 몰릴 가능성 "대출 크게 불어나면 건전성 악화될수도" 우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기업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자영업자 대출 상품 출시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다른 은행이 대출을 조인 가운데 계획대로 올해 4분기에 상품을 내놓으면 수요가 몰릴 수 있기에 카카오뱅크엔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불어나면 그만큼 자산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자영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오는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출을 출시하면 카카오뱅크는 기업대출 영역에 처음 진출하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한 신용대출, 유관기관과 연계한 보증부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4분기에 자영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은 변함 없다"라며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은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문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여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의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이번 3분기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행태지수는 마이너스(–) 6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이면 국내 18개 은행의 여신담당 책임자들 가운데서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응답한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직전 분기만 해도 이 지수는 플러스(+6)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을 조이기로 결정한 핵심 이유는 커지는 부실 우려 때문이다. 은행이 판단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신용위험지수는 31로 직전 분기(25)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해진 탓에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은행의 이러한 방향은 오는 4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긴축을 강화할 방침이라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4분기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종료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에 기회가 찾아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상품을 내놓으면 수요는 카카오뱅크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시중은행은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서도 위험이 더 큰 신용대출을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대출 수요는 계속 높은 상황이다.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판단한 올해 3분기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수요지수는 8로 직전 분기 대비 2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가 자영업자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게 설정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 대출자산은 크게 늘 것이란 설명이다.
카카오뱅크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높다. 올해 2월 주담대를 출시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출 성장세가 더딘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출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자영업자 신용대출이 증가하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자영업자부터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우량차주로 평가된 대출도 부실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린 결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미뤄진 대출의 비율(연체율)은 0.26%로 작년 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가장 악화된 수준이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전체 여신 대비)도 올해 3월 말 기준 0.62%로 창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그간 영업을 해오면서 경제위기도 없었고 또 고신용자 대출을 주로 늘렸기에 특별한 건전성 이슈 없이 성장해왔다”라며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영업자 대출을 시작하면 건전성 관리에 있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