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우는 지식산업센터···”2~3년 내 어려움 커질 것”
공급 과잉·금리 인상 여파에 급매물 속출 “주택 규제 완화 정책에 투자 매력 하락”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수익형 부동산 중 주택시장 규제 회피처로 최고 호황을 누렸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저금리 기조 아래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임대 수익·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기 투자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급매물이 나오는 등 불안한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주택 규제 완화 정책으로 대체재 성격이 희석됐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올해 6월 말 1369곳으로 늘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소재 지식산업센터는 ▲경기 643개 ▲서울 367개 ▲인천 79개 등 1089곳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지식산업센터는 자금 환경이 넉넉지 않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사무 공간 공급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사업장을 비롯한 6개 이상의 공장·지원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3층 이상) 복합건축물로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존에는 기계·전자·봉제 등 제조업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IT산업·벤처기업 등 첨단 업종이 주로 들어서고 있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가 급격히 늘어난 건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19년부터다. 비교적 저렴한 투자금액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 저금리 시대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식산업센터는 사업자등록만 증빙하면 개인·법인에 상관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투자자는 분양가·매매가의 70%, 법인의 경우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1억원 짜리 지식산업센터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 실투자금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전매 제한이 없고 입지에 따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에 투자 열풍이 푼 배경이다.
하지만 투기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요가 몰리면서 시행사와 건설업자들은 분양가를 계속 높이는 추세다. 가산디지털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의 3.3㎡당 분양가는 과거 600만~700만원원 수준에서 최근 2000만원까지 뛰어 올랐다. 송파나 성수 등의 지식산업센터는 3000만원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수익률이 낮아지다 보니 분양을 받았다가 급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200실 규모인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G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된 이후 최근에는 분양가 이하 매물이 등장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S지식산업센터에선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은 급매물이 나왔다. 수원시 T지식산업센터의 기숙사 한 곳은 최근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업계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물을 던지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지식산업센터 매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식산업센터의 부상은 문재인 정부의 주택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일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세제 완화, 대출 확대 등의 정책을 주진 중이다. 개인이나 기업 투자자가 다시 주택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는 과열된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수익형 부동산 블루칩, 지식산업센터의 넥스트 퀘스트(Next Quest)’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에게 비교적 저렴한 오피스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본래의 도입 취지와 달리 지식산업센터가 투기 상품으로 변질되며 실수요자인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해 단시일 내 전매금지 등 규제와 관리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높은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금리 대비 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 물량 증가와 수요 감소가 맞물린다면 시세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가격 조정 이후 수익률을 보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규제 회피처로 2020~2021년 수익형 부동산 중 최고 호황을 누렸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타격도 가장 클 전망이다”며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향후 수익률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낮아진 수익률과 공실 부담으로 2~3년 내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