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시 면세자 증가···공제 개편·납세의무 법제화 필요”
정부 이달말 소득세 개정 방안 발표 추진···물가 반영한 개편안 필요성 제기 과표구간 상향·단순화·면세자 억제 조언···“핀셋 아닌 함께 내는 구조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14년 만에 추진하는 소득세 과세 체계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물가 등 우리 경제 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과표구간을 올리되 이로 인해 면세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세 관련해서) 이달 말 개정 방안을 발표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과표구간이나 세율 등 소득세에 대한 세부사항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란 설명이다.
현행 소득세 체계는 지난 2008년부터 적용한 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2008년 4단계 세율 체계에서 과표구간을 늘리거나 세율을 올리는 식의 조정이 이뤄졌다.
다만, 서민이나 중산층이 주로 해당하는 120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8800만원 이하 구간은 2010년 이후 변화가 없었다. 물가 상승이 과표구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 상황이다.
예를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했을 때 2010년 연소득 4500만원은 올해 연소득 5445만원과 실질 임금이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표구간이 4600만원 이하(1200만원 초과)는 세율이 15%인데 반해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인 점을 감안한다면 12년 전과 같은 실질임금을 받고도 현재 소득세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세 규모는 2010년 37조4618억원에서 2021년 114조1123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기간 국내총생산은 1322조6112억원에서 2071조658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기간 경제활동 인구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경제규모 증가에 비해 소득세 징수 증가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물가 상승세가 커지면서 소득세 체계를 시대 변화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봉급 생활자 사이에선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인데 세율이 올라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건 불합리하단 얘기가 나온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40대 직장인 노 아무개씨는 “월급이 오를수록 세금 떼는 것도 많아져 막상 급여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생각보다 적단 생각이 든다”며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세금이라도 좀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소득세 개편이 필요하며 과표구간 상향 및 단순화, 면세자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 등 요인으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간 괴리가 발생하면서 나타난 불합리한 면을 손봐야 한단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 소득이 계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4000만원 정도를 놓고 봤을 때 청년이나 신입사원 등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세청이 2015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세금을 더 물게 되는 상황이 됐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 단순히 과표 조정을 단순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재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 과표가 너무 촘촘히 있다. 소득 차이가 별로 없음에도 소득과표구간 세율이 너무 많아 단계를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을 받는다면 소득이 대략 월 200만원, 연간 2000만원인데 이 경우 근로소득공제 외에 뺄게 없다. 교육비나 의료비 등 전부 세액공제로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세율이 적용된 이후 빼주기 때문에 과도한 세율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그동안 소득세를 핀셋 증세를 했다. 제일 소득이 많은 계층을 살짝 걷어내듯 증세를 했는데 바람직하진 않다”며 “세수 효과가 적고 상징적, 정치적 의미만 담고 있다. 앞으로 복지 등 의무지출이 늘고 소득세 부담도 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소득세 징수가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전반적으로 함께 올라가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득세 관련 공제 부분도 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한단 조언이다. 요 교수는 “가족 관련 공제도 세월이 흐르면서 금액을 더 올려야 하는데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부분에 대한 반영도 필요하다”며 “세율 구간에 있어 일부만 건드는 것 보다는 전체적 틀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은 누진세율 구조에서 이미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에 서민 문제를 넘어 소득세 전반적 내용을 손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단 설명이다.
과표구간을 올리면 면세자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치도 마련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홍 교수는 “갑자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면세자가 너무 많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로소득공제 등 여러 조정 가능한 변수를 활용해 면세자는 현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면세자 비율은 국제 기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번 소득세 개정과는 별도로 면세자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면세자 비율을 줄인다고 세금이 많이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 입장에선 책임의식을 같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세법 구조에서 면세자 비율을 축소시키거나, 이게 어렵다면 일정 금액 이하는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일정부분 세금을 부담토록 하는 내용을 세법에 규정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