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 신한라이프 노사 넘어 노노 갈등 '진통'···쟁점과 전망은?

통합되지 않은 두 노조 간 첨예하게 이해관계 대립 오는 1일 신한생명 노조 주도 아래 조합 총회 개최 실적 하락 속 성대규 대표 연임 결정할 핵심 변수될 수도

2022-06-30     김태영 기자
신한라이프 노사(勞使)·노노(勞勞) 갈등 핵심 쟁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출범 1주년을 맞은 신한라이프가 임금·직급체계(HR) 통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한 지붕 두 노조 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연임 시험대에 오른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가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일 신한라이프 노조는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조합 총회를 개최한다. 현재 신한라이프 노조는 양사 노조가 통합되지 않는 상태에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노조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신한생명 노조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생명 노조는 피켓 시위부터 시작해 성명서 발표를 진행한 뒤 동양생명 연수원으로 이동해 남은 총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하며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작년 연말까지 임금·직급 테이블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사측과 노조 입장 차이로 인해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사측과 양측 노조는 각각 다른 임금·직급체계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지만 잠정합의안이 노조 내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2월 초 노사 양측은 '총 보상의 저하를 주지 않는다(총 보상금액이 기존 총액보다 적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에 입각해 임금·직급체계와 보상 전반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후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 투표는 각 사의 의견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노조별로 따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한생명 노조 측의 통합 투표 제안에 ‘부결 시 집행부 사퇴’라는 조건을 걸고 합동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투표 결과 총 투표자 1234명(96.3%) 가운데 찬성 511표(41.4%), 반대 723표(58.6%)로 집계되면서 합의안은 부결됐다. 신한생명 노조가 협상안 부결 시 사퇴하기로 한 사안이 현실화된 것이다. 신한생명 노조 집행부가 총 사퇴하면서 교섭은 일제히 중단됐다.

내부에서는 신한생명 직원들의 압도적인 반대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오렌지라이프 직원은 75%가 찬성했지만 신한생명 측 협상안 찬성률은 24%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과 직급체계 중에서도 양 노조 간 주요 쟁점은 임금피크제다. 현재 임금피크제도는 신한생명에만 적용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당장 보상할 방법이 없다며 각 사 현행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신한생명 노조는 오렌지라이프 직원들만 좋은 편파적 협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임금을 동일하게 맞추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복지 혜택이 좋았던 신한생명 직원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측의 제안에 대해 신한생명 노조 측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현재 이 같은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습이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두고도 갈등이 발생했다. 양 사의 통합 전 인당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체적인 성과와 기준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다만 생산성 격려금(PI) 제도 유지에 대해서는 양 노조의 입장이 비슷했다. 생산성 격려금이란 성과에 따라 매년 1%씩 연초에 지급되는 일종의 성과급인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하면서 직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직급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출범과 함께 '주니어매니저1-주니어매니저2-시니어매니저1-시니어매니저2' 등 총 4개의 새로운 직급체계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각 사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기존 6단계, 오렌지라이프는 5단계의 직급이 있었는데 이를 4단계로 줄일 경우 승진 기회가 줄고 급여 상승 기회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노사 간 합의를 서둘러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 보상금액이 기존보다 적지 않는다면 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노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성대규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성 대표는 지난 3월 사내메시지를 통해 "HR제도를 통합하지 못하면서 피치 못할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며 "통합법인 관점에서 하나의 HR제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성 대표의 연임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변수가 임금·직급체계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첫 통합 실적에서 아쉬운 면을 보인 만큼 연임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신한라이프는 당기순이익 3916억원을 달성했는데 1년 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거둔 순익(4571억 원) 대비 14.3%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실적도 저조했다. 신한라이프는 15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한 수준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매주 2회 이상 노조와 교섭을 진행 중이다"며 "빠른 기간 내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