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는 강인하고 단단한 맛”···상남자 감성 입힌 쌍용차 ‘토레스’
현대적 감각으로 정통 SUV 재해석···새 디자인 철학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 적용 첫 차 이강 디자인 상무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성벽 형상화···실내는 편의성 초점” 정통 SUV 정체성 이어갈 것···KR10은 오프로더 디자인 강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부활을 알렸다.
최근 SUV 신차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선을 강조하며 쿠페식으로 다듬은 날렵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의 차량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쌍용차는 과감하게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SUV=단단함·남성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직선과 터프함을 강조해 우람하면서도 강인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시작은 ‘토레스’다.
쌍용차는 지난 29일 평택공장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서 미디어 설명회를 갖고 새로 바뀐 디자인 철학에 대해 소개했다.
이강 디자인센터 상무는 “쌍용차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를 토레스부터 적용하게 됐다”며 “무너지지 않는 성벽과도 같은 차를 만들어, 예전 쌍용차가 갖고 있던 강인하고 튼튼한 이미지를 다시 고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는 쉽게 풀자면 ‘강인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구조적 강인함 ▲예상밖의 기쁨 ▲강렬한 대비 ▲자연과의 교감 등 4가지 디자인 정체성을 뼈대로 삼았다.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튼튼한 구조적 형태와 디테일한 조형미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또한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를 구현한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등 예상 밖의 기쁨을 제공해 고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색감, 질감, 조형 등 미학적 요소 간의 대비를 통해 강인한 SUV 본연의 특징을 표현하며,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이 상무는 “여전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추억의 명차로 무쏘, 코란도가 순위권에 꼽힌다. 예나 지금이나 쌍용차가 가야 할 길은 이 길(정통 SUV)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 정신을 이어나가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레스는 티저 이미지 공개 이후 고객들로부터 디자인 부문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며, 2005년 단종된 무쏘 후속 모델로 ‘정통 SUV 명가’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토레스 흥행은 단순 입소문이 아닌 판매량으로까지 연결됐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를 달성하며 쌍용차 역대 차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냈고, 지난 27일 기준 2만5000대까지 늘었다.
인기 비결은 역시 디자인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쌍용차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정통 SUV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이 상무는 “토레스를 디자인할 때 모범생 이미지 보다는 머리에 염색도 하고 귀걸이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멋쟁이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업했다”며 “세련된 터프함을 바탕으로 젊은 감각의 도심형 아웃도어 차량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외관에서 터프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실내는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상무는 “실내는 공간성이 넓어야 하고 시야가 좋아야 하며 어느 정도는 최신 첨단 디지털 기술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인테리어 정체성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대시보드를 슬림하게 구성해 운전자 시야를 확대해 개방감을 강조했다. 이날 실제 토레스 모델을 공개했는데, 운전석에 직접 앉아보니 운전자 시야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 탁 트인 시야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대시보드에 클러스터나 스피커 등이 튀어나와있는 경우들이 많은데, 토레스는 최대한 간결하게 구성했다.
이 상무는 “운전자 시야를 넓어보이게 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 상단부분도 컷했다. 보통 D컷이라고 하단부만 컷하는데, 상단부도 줄였다. 운전자 시야가 개방감은 물론 안전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12.3인치로 키워 시인성을 높였다. 하단부에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공조장치, 오디오 등 각종 실내 기능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상무는 “국산차 브랜드 중 하단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것은 최초다”라며 “각종 실내 조작 버튼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디자인 철학 요소 중 하나인 ‘예상 밖의 기쁨’을 위해 세세한 부분도 신경 썼다. 과거 SUV차량에서 볼 수 있있던 원형 나침반을 디지털화해 디스플레이에 적용했다. 또한 예전 SUV 후방에 달려있던 스페어 타이어도 디자인적으로 형상화해 옛 향수를 자극한다.
전면부 보닛 부분에는 자그마한 고리를 만들어 고객들이 야외활동을 할 때 차량 가림막 등을 연결할 때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사소한 부분도 신경을 썼다. 또한 토레스를 사는 모든 고객들에게는 손망치·손전등 등을 하나로 합친 아웃도어 용품도 제공한다.
이 상무는 “토레스 디자인에 대해 아쉬워한 고객들이 많은 것도 안다. 더 극단적으로 오프로더 분위기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했다”며 “KR10은 오프로더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춰 디자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