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신용대출 대환 업무 따낸 토스뱅크, '고속성장' 가능할까
8조원 대출 갈아타기 시작···1조만 확보해도 자산 40%늘어 타 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벌여야···작은 자본규모도 제약요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토스뱅크가 한국씨티은행과 개인신용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업무 제휴를 맺으면서 대출자산을 늘릴 기회를 확보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8조원에 달하기에 이번 제휴로 빠르게 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또 다른 제휴 은행인 KB국민은행과 함께 제휴를 맺지 않은 은행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에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토스뱅크의 작은 자본규모는 적극적인 영업에 제약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토스뱅크, 국민은행과 개인신용대출 대환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이용 고객은 다음달 1일부터 토스뱅크, 국민은행 신용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분할상환비율(DSR), 연 소득 100% 이내 대출한도 제한과 관계없이 기존 신용대출 잔액 범위 내에서 대환 전환이 가능하다. 대출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와 대환 과정에서 부담하는 인지세는 두 은행이 부담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고객 중 다수는 토스뱅크와 국민은행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은행보다 협약을 맺은 두 은행으로 더 쉽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고객은 협약을 맺지 않은 다른 은행으로도 갈 수 있다. 하지만 토스뱅크와 국민은행은 전용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고객 입장에선 대출 전환을 위해 금융거래확인서 등 추가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이 간편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이번 협약으로 대출자산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8조409억원이다. 토스뱅크가 1조원만 확보해도 40% 가까운 대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토스뱅크의 3월 말 기준 총 대출 잔액은 약 2조6000억원이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해 작년 10월 영업 개시한지 9일 만에 대출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올해부턴 정상 영업에 돌입한 만큼 대출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올 초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토스뱅크로 갈아탄 고객 수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금리 경쟁력에서 국민은행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토스뱅크는 대환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에 적용받던 금리에서 0.3%포인트를 낮춰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이보다 더 많은 최대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기본 0.2%포인트를 깎아준 다음 추가로 자체 신용평가 결과 6등급 이내 고객에게는 우대금리 최대 0.2%포인트가 추가 적용된다.
제휴를 맺지 않은 은행들도 대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대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씨티은행 대출 대환 전용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우대금리와 함께 중도상환해약금, 인지대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토스뱅크의 자본건전성도 대출 확대에 있어 제약이 될 전망이다. 올해 3월 말 토스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7.57%로 작년 말(36.71%)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동안 대출자산이 작년 말 대비 4배 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한 결과 자본비율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아직 규제치(8%) 대비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자기자본 규모가 작기에 대출자산을 크게 늘리면 그 만큼 자본비율 하락폭도 크다는 점이 문제다.
출범 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대출 확대를 위한 자본여력을 줄이는 요인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시작했고, 올해 증자를 단행해 3월 말 기준 자본금 8500억원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1723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자기자본 규모(감독목적 회계 기준)는 55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토스뱅크는 자본 규모를 늘려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단행했다. 대출을 위한 수신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3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총 수신액은 21조원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대금리만 놓고 보면 토스뱅크가 다소 불리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라며 “하지만 토스뱅크의 높은 고객 편의성과 함께 연 2% 금리를 매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등 고객을 끌 만한 요소가 있기에 어느정도 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