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서 현대건설 전성시대···비결은 ‘디에이치·현금동원 능력’
올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5조7000억원, 2조원대 경쟁사 대비 압도적 1위 신용등급 기반 현금동원 능력 뛰어나···반포·흑석·한남 등지서 사업 안정성 뒷받침 눈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현대건설이 올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에서도 동종업계 압도적 1위 자리를 수성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총 수주실적이 5조7000억원으로 6조원을 바라보는데, 여타 상위건설사들은 이에 절반 수준에 그친다. 2,3위 건설사인 롯데건설(2조7319억원)과 GS건설(2조5663억원)은 2조원대, 4,5위 건설사인 포스코건설(1조5558억원)과 대우건설(1조3222억원) 1조원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 상반기 정비사업분야 누적 수주액은 5조698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해 실적인 5조5499억원을 절반의 기간에 이미 달성한 수준이다. 사업장은 총 8곳이다.
눈길을 끄는 건 디에이치의 성과다. 수주한 8곳의 사업장 가운데 4곳에서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일감을 확보했다. 4곳의 수주액은 4조1000억원을 넘어 전체 수주액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용산구 이촌동 강촌리모델링(4742억원) ▲대전 장대B구역(8871억원) ▲과천주공8,9단지(9830억원)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7660억원)이 디에이치 적용 사업장이다.
현대건설이 동종업계 정비사업 수주 1위로 올라선 첫 해인 2019년은 디에이치를 첫 적용한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입주하며 디에이치가 모습을 드러낸 해이기도 하다. 그 이후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지켜왔고, 열흘 남짓 남은 올 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도 이변이 없는 한 기록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이 수주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이유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안착과 함께 우수한 신용등급 및 현금동원 능력이 꼽힌다. 현대건설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3사에서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건설업계 최고 수준이다. 정비사업 특성상 기본이주비, 추가이주비, 이사비, 중도금대출 등을 받을 때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가 보증을 제공하면 조합원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신용도 높은 시공사가 시공권 경쟁에서 선택을 받기 유리하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에만 반포주공124주구 1조2000억, 한남3구역 4300억원, 흑석9구역 5200억원 등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장에 대한 채무보증을 의결하며 자본력으로 사업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시공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보니 결국 조합원에게 금전적 이득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안서 내용이 수주 승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12월 중순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건설사가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등을 조합에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더라도 신용등급이 높아 자금조달이 유리한 건설사에 수주가 편중되는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중 특히 재개발 사업장은 영세조합원이나 고령조합원이 많다보니 조합도 자금을 넉넉히 갖추고 있는 경우란 드물다. 결국 사업이 진행되려면 건설사의 신용 제공은 합법과 편법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될 것”이라며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면 현금동원 기반을 갖춘 건설사에 대한 일감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