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언저리서 70억 넘는 슈퍼리치 시장으로···‘똘똘한 한 채’ 개념 바뀌나

똘똘한 한 채 선호 트렌드 여전하지만 강남권 중형평형은 주춤 거래절벽 뚫고 70억원 넘어서는 초고가 아파트만 신고가 행렬 이어져

2022-06-20     노경은 기자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년 간 부동산 트렌드로 이어져 온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그 범위가 30억원 안팎의 강남권 국민평형까지 통칭하던 이전과는 달리 슈퍼 리치들의 초고가 특수시장으로 좁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달에도 재건축한 신축 아파트 대치르엘 보류지 매각에 나섰으나 두 차례 모두 매각에 실패했다. 매물이라고는 전용 59㎡와 77㎡ 두 가구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소진이 쉽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한복판에 위치해 학군수요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점은 이례적이다.

보류지 아닌 일반 매물도 거래가 더디긴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엘리트라 불리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은 최고가 대비 10% 가량 낮은 값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가 25억8000만원을 기록한 엘스 전용 84㎡는 급매물 22억원에도 거래가 안 되고 있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6억5000만원에 거래된 직전 대비 4억원이나 낮은 값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올 초 24억원에 육박하던 것 대비 2억원 이상 낮은 값인 21억5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말 직전거래가 대비 7억원 낮은 20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초고가 아파트에서는 신고가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 273㎡이 14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공동주택 역대 최고가 거래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 이후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 펜트하우스가 전용 244㎡ 매매가 164억원에 6가구가 분양된 사실이 전해지며 공동주택 역대 최고가 기록을 금새 갈아치우게 됐다. 이밖에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4월 말 135억원에 거래되며 이전 거래가 대비 18억원 상승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한남더힐 240㎡ 역시 110억원에 거래돼 이전 거래 77억5000만원 대비 32억원 이상 오른 최고가를 경신했다. 르가든더메인한남 전용 269㎡는 이달 초 90억원에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외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에서도 나란히 신고가 기록이 나왔는데, 소형 또는 중형평형이 아닌 대형평형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포자이 244㎡는 75억원, 래미안퍼스티지 222㎡는 80억원에 손바뀜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최근 3개월 간 거래절벽을 뚫고 나온 신고가 거래들은 초고가 주택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 1~5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6269건 중 6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28건으로, 전체 거래의 0.44%를 차지했다. 6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거지가 지위의 상징성을 띄면서 하이엔드에 수요가 쏠리는 추세”라며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보니 희소가치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0억~70억대 이상 주택 매수자들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데다가 세금 부담 역시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걱정을 덜게 됐기 때문에 당분간 초고가 주택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