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 ‘우마무스메’ 꺼내든 카카오게임즈, ‘오딘’ 상장 우려 지울까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상장 준비···중복 상장 따른 더블 카운팅 리스크 불거져 우마무스메, 글로벌 흥행작이지만 국내에선 비주류 장르로 흥행 장담하기 어려워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내세워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 대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인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의존도 낮추기에 돌입한 것이다.
20일 카카오게임즈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를 국내 출시했다. 우마무스메는 실제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을 트레이닝하고,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말을 의인화한다는 설정과 3D 그래픽, 자유로운 육성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지난해 출시 당시 ‘로블록스’와 ‘원신’을 제치며 글로벌 게임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한 흥행작이다. 출시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에선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오딘’ 개발사 상장 추진···의존도 낮추기 ‘필수’
이번 신작의 흥행은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하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의 성과로 매출 1조원의 게임사로 등극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하며 연간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오딘에 대한 매출 의존도 역시 높아졌다. 오딘 출시 전후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601억원에서 410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서 88%까지 늘었다. 증권사에선 지난해 오딘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5~75%로 추정했다.
문제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오딘 개발사다. 투자업계는 자회사 상장시 카카오게임즈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 4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오딘 매출이 전부 반영된다는 점과 글로벌 판권을 갖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실적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카카오게임즈는 전날보다 10.14% 급락한 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4만99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주 조정에 자회사 상장 이슈가 겹치면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수익 창출의 핵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따로 상장할 경우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게임을 만든 개발사를 별도로 상장시킨다면 중복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 디스카운트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오딘의 해외 확장성을 높이 평가한다면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주식을 사지 카카오게임즈를 살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RPG 밭’인 국내에서 비주류 장르 도전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를 기점으로 오딘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 내부에선 우마무스메를 오딘의 흥행세를 이을 기대작으로 꼽았다. 우마무스메는 국내 출시 전부터 ‘말딸’이란 이름으로 이용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으며, 지난해 지스타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기도 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시장이 일본 시장보다는 작지만, 국내 매출 3위 내 진입 후 일본 시장처럼 성과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비주류인 서브컬처(Subculture) 장르라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을 섣불리 장담하긴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20위권을 살펴보면 4개 게임을 제외하고 롤플레잉게임(RPG)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우마무스메의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지만, 대중적 인기를 끄는건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또 장르 특성상 RPG만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는 초기 일평균 매출을 8억~15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초기 오딘이 일 평균 52억원의 매출을 낸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첫분기 일평균 매출을 8억원, 삼성증권은 초기 일매출을 15억원으로 추정했다. 대신증권은 2022년 일평균 매출 5억원, SK증권은 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배지분율 개선을 위해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오딘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차기 신작의 흥행이 필요하다”며 “서브컬처 장르와 경마 시장의 인지도가 일본만큼 높지 않은 국내 분위기를 고려해 게임 흥행에 과도한 기대감은 무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