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잔액 ‘쑥’···금리 인상 속 커지는 건전성 우려
저축은행 대출잔액 3년 새 80% 이상 급증 시중은행 대비 대출 증가율 3배가량 높아 저축은행, 중저신용·다중채무자 비중↑···“연체 및 부실 위험 높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난을 겪는 가계들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저축은행을 찾는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및 다중채무자가 많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급증한 대출이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110조4392억원으로 전년 동기(83조8952억원) 대비 31.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월 당시 저축은행 업권 대출잔액이 60조120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83.7% 늘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대출잔액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4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대출잔액은 총 2087조3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조9620억원에서 6.4% 늘어난 규모다.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이 1년 새 30%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2019년 4월과 비교해서도 시중은행의 대출잔액 증가율은 28.3%로 저축은행 대출잔액 증가율이 3배가량 높았다.
문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지난 14~15(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대폭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다음달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7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가 타 업권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및 다중채무자 등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차주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따른 건전성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차주 가운데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율은 67.5%에 달한다. 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율이 25.2%, 보험사 51.6%, 카드·캐피털사 46.5%인 것과 비교하면 저축은행 내 다중채무자 비중이 특히 높은 셈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 및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데 이들은 이미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연체 및 부실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전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