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조치 무색···휘발유값 연일 최고가 경신

전날 10년 만에 최고가, 하루만에 또 경신 국제유가 급등 영향, 120달러 돌파 정부, 추가 대책 마땅치 않아

2022-06-12     길해성 기자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입구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 급등 영향에 따라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제유가가 12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국제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10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류세 인하 폭을 늘리는 등 추가 대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유류세 20%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인하폭을 30%로 늘렸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이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가 820원에서 572원까지 내려가게 됐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1리터당 246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우와 LPG 역시 각각 174원, 61원 내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68.07원으로 전날보다 3.48원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11일 2064.59원을 기록하며 기존 최고가(2012년 4월 18일 2062.55원)를 10년여 만에 넘어섰는데 하루 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67.4원으로 전날보다 3.87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지난달 12일 14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어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21.51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WTI 가격이 120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 3월 8일(123.70달러)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 관세,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비용 등이 포함된 세전 판매 가격과 세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넘어서면 가격이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정부가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면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늘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제유가가 하향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상승 압박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분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에도 국제유가가 14%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인하 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며, 야당의 동의 또한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지급도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