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보수진영 약진···‘혁신교육’ 정책 변화 압력 커진다
전국 17개 지역 중 보수후보 8곳 당선···4년 전 2곳 대비 6곳 증가 ‘기초학력 저하’ 진보 교육 심판 평가···“후보 정보 모른채 투표 문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6·1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을 중시하는 보수 후보들이 선전했다.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간 데 이어 그동안 진보교육감이 쥐고 있던 교육 권력까지 보수진영이 분점하면서 교육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와 부산, 대구, 대전, 경북, 강원, 충북, 제주 등 8개 지역에서 보수성향 후보가 이겼다. 서울과 세종, 울산, 광주, 충남, 전북, 전남, 인천, 경남 등 9곳에선 진보성향 후보가 차지했다.
4년 전인 2018년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15곳에서 이긴 것과 비교하면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약진했다. 특히 제주와 충북, 부산에서는 현직인 진보성향 후보들을 꺾기도 했다.
서울은 진보성향 조희연 후보가 득표율 38.1%로 당선됐다. 현직 교육감이란 인지도에 더해 조전혁(23.5%), 박선영(23.1%), 조영달(6.6%) 등 보수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3선에 성공했다.
경기는 보수성향 임태희 후보(54.8%)가 이겼다. 그동안 김상곤, 이재정 등 진보성향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이번에 보수 후보로 교체됐다. 인천은 진보성향 도성훈 후보(41.5%)가 최계운 후보(39.5%)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대전은 보수 성향 설동호 후보(41.5%)가 3선 교육감이 됐다.
세종은 진보성향 최교진 후보(30.8%), 충남은 진보성향 김지철 후보(33.8%), 충북은 보수성향 윤건영 후보(56.0%)가 각각 승리를 거뒀다.
호남은 진보성향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광주 이정선 후보(34.9%), 전북 서거석 후보(43.5%), 전남 김대중 후보(45.0%)가 각각 이겼다. 영남은 울산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 강은희(61.6%), 경북 임종식 후보(49.8%)는 나란히 재선에 성공했고 부산에서는 하윤수 후보(50.8%)가 현직 교육감인 김석준 후보(49.2%)를 제치고 당선됐다.
개표 막판까지 각축을 벌였던 경남은 현직인 진보성향 박종훈 후보(50.2%)가 보수성향 김상권 후보(49.8%)에 0.4% 신승을 거뒀다. 강원은 신경호 후보(29.5%), 제주는 김광수 후보(57.5%)가 각각 승리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지난 8년간 진보 교육 정책에 대한 심판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혁신 교육’이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낳는단 비판이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실망감이 커진데다 정권 교체 분위기까지 맞물려 보수진영 교육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단 분석이다.
시도교육감은 연간 80조원 예산을 쥐고 학교 운영과 교원 인사,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번 선거로 교육 정책이 상당부분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선거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깜깜이’ 선거로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단 비판도 나온다.
한 여론 분석 전문가는 “이번 교육감 선거는 잘못된 선거에 의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유권자들은 교육감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했다”며 “교육에 대한 주제로 선택 받는게 아니라 진보냐 보수냐로 평가받고 있으니 선택 기준 자체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감이 누군지 모르다보니 결국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을 찍게 되는 ‘아는 형님’ 선거가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