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과방위, 발의건수 늘었지만···ICT 법안 뒷전
오는 29일 21대 국회 전반기 종료 과방위, 2년간 법안 602건 접수···가결률 15.7% 19대·20대 대비 개선됐지만 쟁점법안 처리 요원 업계·전문가, 숙의 없는 발의 행태 지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21대 국회 전반기가 오는 29일 종료된다.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9대·20대와 비교해 법안 발의건수 및 가결안이 늘었다. 하지만‘ 구글 갑질 방지법’을 제외하면 ICT 법안 대부분은 전반기 동안 제대로 된 논의 과정조차 거치지 못했다. 과방위가 신중한 검토 없이 쟁점 법안 발의에 집중한 것이 저조한 성적의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발의안 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602건으로, 처리의안 159건 중 부결 또는 폐기된 것을 제외한 가결법안은 94건으로 집계됐다. 가결률은 15.7%로, 19·20대 국회와 같은 기간 대비 발의건수와 가결안수 모두 늘었다. 19대 국회 과방위(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421건으로, 이 중 가결안은 36건(8.6%)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에 접수된 법안은 총 519건으로, 이 중 52건(10%)이 가결됐다.
그러나 가결안 대부분은 과학기술기본법, 원자력안전법 등 과학기술 관련 법안이다. 해당 법안들은 과방위 산하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1소위) 소관이다.
ICT 업계와 밀접한 법안 중 가결된 법안으로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사실상 유일하다. 해당 법은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자사 앱마켓 내 입점한 앱에 특정 결제 시스템(인앱결제·IAP) 도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여야에서 이와 관련 총 7개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8월 발의 1년여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제외한 ICT 법안은 관련 소위원회인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 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조승래·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분리공시제’는 2020년 9월 발의됐지만 지난해 3월 한 차례 법안2소위에 상정된 것을 제외하곤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분리공시제는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별도 공시하는 제도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민주당)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통신비 감면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대신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4월 열린 법안2소위에서 국민의힘과 정부의 신중론에 부딪혀 재논의키로 했지만, 현재까지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밖에 대표 쟁점법안인 ‘망사용료법’도 지난달 한 차례 법안2소위에 상정됐지만 공청회를 통한 재논의를 전제로 보류됐다. 해당 법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대한 넷플릭스,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근거를 담은 것으로, 전혜숙·김상희·이원욱 민주당 의원, 김영식·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처럼 ICT 법안 대부분이 소위원회 통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회가 신중한 검토 없이 법안 발의에만 급급했단 평가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법안 발의에 동의한 의원수를 기준으로 10명일 때와 20명일 때 발의된 법안 수를 보면, 20명이 동의한 법안수가 확실히 적다”며 “(동의자가) 20명이 될 정도면 발의자가 이해관계자나 쟁점을 명확히 알고 설명해야 해 쉽지 않다. 법안 발의 기준이 되는 동의 의원수만 높여도 무분별한 법안 발의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동현 한성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전반기 과방위 법안 중) 망 사용료법이 가장 아쉽다. 망에 부담되기 때문에 CP들이 비용부담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인데, 유럽이나 미국에서 정확히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분석이 되지 않은 채 법안이 발의됐다”며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점까지 고려하면 ISP와 CP 간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 측면에서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방위가 소위원회 회의 개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쟁점법안 처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법안 내용을 심의하기 위해 과방위 법안2소위가 열린 횟수는 총 11번이다. 두 달에 한 번도 채 열리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