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장모 최은순 왜 기소 안했나”···350억 ‘잔고증명서 위조’ 재판부의 의문

검찰에 공소사실 재검토 석명준비명령···최씨, 위조사문서행사죄 배제 관련 사문서위조 범죄도 “목적, 대상·용도 불분명”···선고 전 이례적 재판 재개

2022-05-13     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정에서의 증인신문결과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은순을 기소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350억원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과 관련,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의 형사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사실 재검토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위조된 사문서가 행사되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법정증언이 나왔는데도 검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길 요구했다.

13일 오전 의정부지방법원에서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의 전 동업자이자 공범으로 기소된 안씨의 속행공판이 열렸다. 안씨는 최씨와 함께 기소됐다가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견으로 분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11일 1심 선고가 예고돼 있었지만, 재판부의 변론재개 명령으로 이날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법원 형사13부 재판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전임 재판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인 측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전임 재판부는) 잔고증명서 위조 목적과 행사가 (법정증언과) 상이한 점, 잔고증명서가 위조된 날짜가 특정가능한지 등을 궁금해한 듯 하다”고 말했다.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전임 재판부는 사문서위조 범죄와 위조사문서행사 범죄 각각 4개씩 총 8개 부분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특히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한 석명준비명령에서는 안씨만 기소되고 최씨가 배제된 점을 언급하며, 검찰에 구체적인 이유를 대라고 요구했다.

전임 재판부가 지적한 행사죄 범죄 사실은 2013년 6월24일자 위조 잔고증명서(액면금 약 72억원)만을 2013년 8월30일, 11월29일 두 차례 사채업자들에게 제시·행사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안씨가 최씨 동의 없이 단독으로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했다고 범죄사실을 정리했는데, 사채업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 역시 행사 범행에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임 재판부는 “법정에서의 증인신문결과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은순을 기소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다”며 “그러한 판단 근거, 이 법정에서 관련자의 증언이 있은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밝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11월29일자 행사의 경우 (범죄날짜와 가까운) 10월자 잔고증명서(액면금 약 140억원)가 있는데도 굳이 6월24일자 잔고증명서를 사용했다는 점이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증언에 따르면 ‘11월29일 경으로부터 한 두 달 후’에 행사했다는 취지여서 행사한 일시가 정확한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전임 재판부는 아울러 잔고증명서 위조, 당좌수표 할인, 해당 돈의 이동, 사실확인서 작성, 당좌수표 기한 연장 등을 시간 순서로 나열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취득한 이익은 실제 얼마이고 그 이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검찰의 공소사실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을) 재검토하고, 당좌수표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안씨 측 역시 이 행사 범죄에서 장모 최씨를 제외한 기소는 ‘부당한 차별기소’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 또다른 공범 김아무개씨가 위조한 잔고증명서 4장. / 사진=시사저널e

◆ 잔고증명서 위조 목적에도 의문 제기···“캠코 제시 목적만은 아닌 듯”

전임 재판부는 ‘안씨가 2013년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에게 부동산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허위라도 잔고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안하고, 장모 최씨가 동의해 또 다른 공범 김아무개씨를 통해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의 잔고증명서를 최초로 위조(위조일자 4월1일)했다’라는 위조 목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임 재판부는 “4월1일자 잔고증명서(액면금 약 100억원)는 4월2일 관련 부동산 매매계약에 관해 해제, 계약금 몰취 통지를 받은 후 4월3일 대책을 논의하고 8월7일경에야 관련 민사소송에서 행사됐다”며 “이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당초 위조 목적(캠코에 제시)과 다를 뿐만 아니라 문제되는 다른 잔고증명서와 달리 사용 대상이나 용도가 비교적 명확했다는 점에서 위조 목적에 다소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2013년 1월29일 성남시 도촌동 땅 7개 필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씨가 마련한 계약금 4억1000만원만을 지급하고, 잔금지급기일인 2013년 4월1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4월2일 매매계약 해제 및 계약금 몰취를 통지받은 바 있다. 최씨와 안씨는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전임 재판부는 애당초 위조 목적이 캠코에 재력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닌 계약금 반환 소송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최씨 역시 이 부분 행사죄로 함께 기소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캠코에 제시’만을 위한 목적은 정정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재판부는 “굳이 4월1일 미리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더라도, 안씨와 최씨가 함께 2월부터 4월까지 김씨를 찾아가 허위의 잔고증명서를 부탁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게 됐다는 공소사실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처음부터 그 실패를 염두에 두고 대책부터 논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 재판부는 특히 “나머지 잔고증명서의 경우에도 위조하려던 당초 목적처럼 캠코 직원에게 제시하고 자금력을 과시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며 “통상 어떤 문서를 위조할 때는 위조한 문서를 행사하려는 용도가 분명하고 그 용도에 부합하는 문서를 위조하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기소에서 배제된 2013년 3월11일자 100억원의 잔고증명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증명서는 최씨가 수수료를 부담해 사채업 시장에서 만들어 냈다는 증명서다.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김씨를 통해 4장의 잔고증명서(약 350억)를 직접 위조했다는 게 이번 범죄사실의 골자다.

이와 관련 전임 재판부는 “안씨는 최은순씨에게 2013년 2월 가평 요양병원에 관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2013년 2월27일 평택시 장당동에 있는 부동산 정보를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4월1일자) 잔고증명서를 제시한 정황이 없다”며 “최은순은 자신이 증언한 것처럼 수수료를 부담해 적법하게 작성된 2013년 3월11일자 100억원의 잔고증명서가 있었음에도 왜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밖에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가 삭제하고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차례대로 위조했다’는 공범 김씨의 법정증언에 대해서도 전임 재판부는 “양식과 형태, 글씨체, 모양 등이 동일해 같은 파일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여러모로 의심스럽다”며 “잔고증명서가 따로 존재할 가능성, 파일을 재활용 및 수정해 잔고증명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검토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검찰은 “안씨의 범행 동기와 실질적 이익 등이 무엇인지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안씨의 다음 재판기일은 6월15일 오전에 진행된다.

최씨와 안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공모해 A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최씨는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짜리 허위잔고증명서를 2013년 5월 이른바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에 준비서면에 첨부해 제출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2013년 10월 도촌동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절반은 A사, 절반은 안씨 사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지난해 12월23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사건 항소심 절차가 의정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최씨는 23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받아낸(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