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따라 투자했는데···뉴딜펀드, 수익률 무더기 ‘마이너스’

가입한 6개 펀드 평균 수익률 ‘-17.22%’ 증시 하락 여파로 개인투자자 손실 불가피 “투자 업종 미래성장성은 유망, 긴 호흡 대응 필요”

2022-05-08     김태영 기자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펀드에서 얻은 수익금에 일부를 보태 지난해 1월 5종의 펀드에 가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들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하락 여파로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밑돌면서 문 대통령을 따라 해당 펀드에 뭉칫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 업종이 여전히 유망한 만큼,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5일 국정 과제인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직접 홍보하고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디지털 분야, 그린 분야, 중소중견기업 등을 고려해 '뉴딜펀드' 5개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했다. 

당시 2019년 8월부터 투자한 '필승코리아 펀드' 수익금을 신규 투자에 보태면서 '필승코리아 펀드'에도 원금 5000만원을 넣었다. '뉴딜펀드' 5개 5000만원,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각각 투자한 펀드들의 현재 총평가액은 8757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투자 원금(1억원) 기준 수익률은 -12.43%, 가입한 6개 펀드 수익률의 산술 평균은 -17.22%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6.05%, 9.80% 하락한 만큼 펀드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뉴딜펀드'는 'TIGER BBIG K-뉴딜 ETF'와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 '삼성뉴딜코리아 펀드', 'KB코리아뉴딜 펀드', '아름다운SRI그린뉴딜1 펀드' 등이다. 이들 중 최근 낙폭이 큰 성장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BBIG K-뉴딜 ETF'(-35.68%)와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30.44%)는 문 대통령 가입일 이후 지금까지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의 펀드와 ETF는 큰 틀에서 뉴딜 관련주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기술력의 진입장벽이 높은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미래차, 디지털 플랫폼, 기술혁신 등 그린(친환경 기술 보유기업)·디지털(데이터·인공지능 등 기술 보유기업) 뉴딜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식이다. 

펀드 3종의 경우 세부적인 비중은 달라도 대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주 등에 중점 투자했다. ETF 2종도 한국판 뉴딜의 축소판 격인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중심으로 투자대상을 추렸다. 이들 기업은 모두 대표적인 '성장주'다.

통상 성장주는 고금리와 긴축정책 등이 맞물리는 시기 주식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성장주가 미래 성장 잠재력을 반영한 측면이 큰 만큼, 금리 상승기에는 당장 실적으로 기초체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치주가 부각되는 것이다. 뉴딜 펀드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배경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들은 증시가 상승세였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대체로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증시 분위기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면서 손실이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뉴딜펀드 투자자들이 보다 긴 호흡으로 대응할 것을 추천했다. 비록 해당 펀드와 ETF가 곧 임기가 끝나는 문 정부 역점 사업의 산물이지만, 투자 종목들의 미래 성장성은 여전히 다분하다는 이유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우려, 중국 봉쇄 등 변수 속에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이다"며 "부진한 펀드 수익률은 BBIG의 개별 업황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증시 위축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시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땐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 주가 되돌림도 일어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