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영 “물가 상승압력 장기화···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

“올해 연간 물가 4% 근접…성장률 다소 낮아질 듯” “경기보다 물가상승 압박 더 우려”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2022-04-14     김희진 기자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관련해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5월 중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 직무대행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총재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 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퇴임으로 총재 자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이날까지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라 총 1.0%포인트 인상됐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는 큰 폭으로 올라간 물가상승률이 주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 직무대행은 “물가에 관해서는 좀 더 분명하게 연간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며 “일부 성장세가 지난 2월 전망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와 물가 둘 다 균형 있게 봐야 하는데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된다든지 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물가 상방 압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주 직무대행은 “물가상승률이 높기는 하지만 성장률이 조금 낮아진다고 해도 적어도 2% 중후반 정도는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물가가 다소 높아도 그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로 인한 외화 유출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답했다. 주 직무대행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과 동시에 자본 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여전히 양호하고 물가도 높긴 하지만 다른 주요국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도 흑자에다 정부부채도 양호하고 대외순자산 규모도 꽤 많이 있어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 둔화 위험이 높아질 우려도 있는 만큼 물가 상방 위험뿐만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주 직무대행의 시각이다.

주 직무대행은 “물가 상승압력이 지금 전망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성장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경우에는 경기 하방 위험을 더 중점적으로 볼 수 있다”며 “경기는 항상 변하고 변화에 따라 전망도 달라지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변화하는 상황과 전망에 맞춰서 적절히 조정해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