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혹한기에 양극화 심화···‘대박’ 아니면 ‘쪽박’

IPO기업 청약경쟁률 2000대1 넘거나 50대1 밑돌거나 ‘극과 극’ 대명에너지·보로노이 청약 철회···신한금융투자 2건은 모두 흥행

2022-03-17     이승용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지난 2월부터 국내외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공모주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망 기업의 공모청약에는 돈이 몰려들면서 2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기업의 공모청약은 투자자들이 외면하며 한 자릿수대 경쟁률이 속출하고 있다.

상장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2~3월 공모주 일정을 대거 준비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유일로보틱스 단 한 건을 제외한 5건의 공모청약이 부진하거나 무산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퓨런티어와 세아메카닉스 등 2건의 공모청약이 모두 흥행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 공모주 시장은 ‘모 아니면 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진행된 공모청약에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총 14개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2개 기업(대명에너지,보로노이)를 제외한 12개 기업이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이고 공모청약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인카금융서비스, 바이오에프디엔씨, 스톤브릿지벤처스, 브이씨, 노을, 모아데이타, 공구우먼 등 7개 기업의 경쟁률은 50대 1을 하회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4.74대1), 노을(8.7대1), 공구우먼(7.53대1)이 경쟁률은 한 자릿수대에 그쳤다.

반면 퓨런티어, 풍원정밀, 비씨엔씨, 유일로보틱스, 세아메카닉스 청약은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전부 경쟁률이 2000대1을 넘어섰다. ‘쪽박’ 아니면 ‘대박’으로 나뉜 셈이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통상 희망공모가범위 내에서 공모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하단을 밑돌거나 아예 초과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공모청약 흥행에 실패한 7개 기업 가운데 인카금융서비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노을, 모아데이타, 공구우먼 등 5개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정해졌다. 반면 청약 흥행에 성공한 5개 기업 가운데 퓨런티어, 비씨엔씨, 유일로보틱스, 세아메카닉스 등 4개 기업은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상단을 초과해 결정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증시가 불안해지자 기관이나 일반투자자 모두 성공할 것 같은 IPO기업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는 종목선별작업을 통해 특정종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반투자자들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유사한 종목선별을 통해 청약을 신청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증권사 희비 엇갈려···‘한투 ‘울고’ 신금투 ‘웃고’

증권사별 희비도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2~3월에 무려 7건의 공모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은 IPO명가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인카금융서비스, 브이씨, 노을, 대명에너지, 유일로보틱스, 보로노이, 지투파워 등 7건의 공모청약 일정을 준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인카금융서비스와 브이씨, 노을 등 3개사의 공모청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인카금융서비스는 청약경쟁률이 25.29대 1, 브이씨는 46.41대 1에 그쳤고 노을은 8.7대 1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대명에너지, 유일로보틱스, 보로노이, 지투파워 IPO 일정을 진행하며 명예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달 첫 공모청약에 나설 예정이었던 대명에너지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자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다음 타자였던 유일로보틱스는 7~8일 공모청약에서 증거금 6조8136억원을 모았고 청약경쟁률 2535.3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 1호 유니콘 특례상장에 나섰던 보로노이가 14~15일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고 결국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6건의 공모청약 가운데 유일로보틱스 단 한건만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월 이후 퓨런티어와 세아메카닉스 등 단 두 건의 공모청약만 진행했지만 두 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신한금융투자가 유안타증권과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던 퓨런티어는 지난달 14~15일 진행했던 공모청약에서 26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퓨런티어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이 1535.42 대1을 보이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1만1400~1만3700원)을 초과하는 1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달 15~16일 진행된 세아메카닉스 공모청약에서도 증거금으로 약 9조1082억원이 몰리며 2475.87대 1이라는 경쟁률이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지난 2월 이후 흥행에 성공한 공모청약 5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2건을 차지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월 역대 IPO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IPO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면서 라임사태 이후 존재감이 약화했던 IPO시장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신한금융투자는 KB증권과 함께 기업가치가 5조원에 달하는 대어 WCP의 상장도 주관할 예정이다.